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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Aug 04. 2024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는 생활을 하는 것

물건과 사람, 돈과 집,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그것을 딛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 공부하는 것, 요즘에 내가 제일 많이 생각하는 것들이다.


   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는 순수회화 전공으로 주로 혼자서 작업을 했다. 대학생 때에는 그룹 작업을 하면서 이리저리 (뭐 하지 말라, 이렇게 그리면 안 된다) 등의 말들을 수도 없이 많이 들어 그것에 진절머리가 나서, 그런 한계를 마주하고 뛰어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작업에서 제일 중시하는 게 개인의 자유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다 다른 생각인데, ”그렇게 해서는 안 돼.“ 가 작업에서 말이 되는가 싶어서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진짜 좋아하는 다른 예술가들과 운이 좋게도 협업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함께 공연을 하거나 영상 촬영 등의 협업을 한 지는 꽤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배울 점도 많고 소통의 어눌함도 많다.


   처음에 나의 어눌함으로 무용수들의 애로사항을 잘 몰라줬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작가 입장으로써 다가갔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무용수는 자신의 신체 자체가 작품이기도 하다. 그 가치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방식이 물질이 될 수도 있고 친절이 될 수도 있고 인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나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신체, 박하리라는 나 자체, 그리고 내 그림, 그것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한 개의 물체나 사람이더라도 그것 속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습, 역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들은 존재자체로 가치있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배우기 위해서, 나는 요즘에 회피하지 않고 공부하고 있다. 비단 작가 포지션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의 입장에 서보기도 하고, 나의 단점을 개선해 보고 싶기도 해서 투자 공부도 하고 사장학 공부도 한다. 그리고 나는 한참 배울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재밌게 차근차근 배우려 하고 있고, 많이 존중하려고 노력중인 것 같다. 이전의 실수들에 용서를 구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특권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공부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게 무지를 용서하는 방법이다.


   나는 그냥 내가 맡은 임무를 잘 해내고 싶고,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게 아니라 고통을 겪음으로써 저절로 이해가 되는 나날들인 것 같다. 아 근데 그건 정말로 힘들지만, 스스로 타협할 것 없이 싹을 잘라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칼같고 단호해야 한다.


   누군가를 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먼저 위해야 한다. 작업에 임할 때 작품이 좋아야 하는 것도 물론 맞지만, 상대와 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옳게 진행되어야 하고, 동시에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책임감이라는 건 마음 뿐 아니라 스스로 맡은 바에 따라서 좋든 싫든 전문적으로 공부해야 함을 뜻한다. 그것이 서적이든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나는 내 돈에게 미안해서 칼같이 단호한 선택을 할 것만 같다. 돈도 사람처럼 인격이 있다. 그래서 사람을 소중히 할 때는 돈을 뛰어넘어서 사람을 소중히 해야하고(그것이 어떨 때에는 스스로 격식있게 사는 것 같다.), 어떨 때에는 돈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단칼에 인연을 끊어내야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것이 돈에 대하여 부정적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나 돈을 욕하는 사람에 해당한다. 돈도 어쩌면 물건이고, 인격체인데, 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돈을 욕심내고 안 좋게 사용하거나 다투는 인간의 ‘무의식’ 이 죄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사람도 소중하고 돈도 소중하고 예술도 소중하고 인적자원도 소중하고 물건도 소중하고 고마운 나의 집도 소중하고 나에게 기회를 준 모두, 친구들, 가족, 니카, 그림에게도 소중한 마음을 가진다.


   나의 꿈이 무엇이든 지금 당장 소중한 건 지금 당장 곁에 있는 것이다. 꿈은 부차적인 것이고 선물같은 것인데, 지금 현재 머무는 곳, 머무는 일, 머무는 집, 머무는 친구, 머무는 돈, 머무는 모든 것에 감사하면 꿈은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있을 때 잘하고, 있을 때 인정하고 훌륭하다고 칭찬 많이 해주고, 그 사람의 잠재 능력과 가능성을 봐 주며, 그래도 용서하고, 그래도 나의 무지와 실수 또한 용서하고, 그래도 사랑하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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