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아르떼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 지휘자 지중배의 사랑의 슬픔과 기쁨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한 가지로 정의내리는 어떠한 감정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통해서, 그리고 여러 감정을 통해서 전달되는 우리의 본래의 것, 우리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것, 우리의 존재를 밝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은 완벽하게 긍정을 뜻하지도 않고 완벽히 부정을 뜻하지 않는다. 사랑은 그것을 뛰어 넘어서 안정적이고 건실하게 그 중심 속에서 영원히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인간적인 감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 위에 덮여진 다른 재미있는 감정들일 것이다. 그것은 사랑의 슬픔, 사랑의 기쁨, 사랑의 애증, 사랑의 정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것이 인간적인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뛰어넘지 못하고 그것들에 발목 잡혀 표현되는 감정적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은 더욱 드라마로 펼쳐지고 풍부해지고, 우리가 완벽하지 않기에 배울 점도 많은 게 사랑의 다양한 감정의 이점이다.
2024년 8월 29일에는 고양 아람누리 아람 음악당에서 지중배 지휘자의 <사랑의 슬픔과 기쁨>의 콘서트가 있었다. 이것은 3인의 지휘자가 선택한 5가지의 플레이리스트 중 일부로, 사랑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이중적인 감정을 나누어서 표현한 오페라의 명곡들이다.
그 중 첫 번째 곡은 숨결같이 섬세한 물의 흐름을 보는 듯 한 감흥을 불러 일으키며, 숲의 요정이 말 거는 듯한 서사를 하프가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지중배 지휘자의 지휘를 살펴보면, 어느 한 편에 힘을 불끈 주지 않고, 힘을 뺀 상태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로 밀도감 있고 부드러우면서 통찰력 있게 사람의 마음을 읽으며 지휘를 한다. 이는, 그가 연주를 하며 혼자서만 힘을 주고 이끈다는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떼 중에서 맨 앞에 있는 리드하는 느낌을 자아낼 수 있다. 이는 연주 당시 뿐 아니라, 연주 밖에의 생활, 혹은 사람들과의 소통의 방식까지도 이 소통의 양식이 밀도감 있게 공연에서 보여준다.
여기에서 ‘밀도감’이란, 남의 평가에 굴하지 않고 끝없이 정진하고 작업량과 연습량을 많고 풍부하게 하며, 너무 많은 고민 대신 아주 사소한 행위 하나를 하고 아주 사소한 것에 주의를 집중하여 그 한 가지를 아주 조금씩 쌓아 올리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밀도감이 깊다는 건 한 가지의 행동, 한 가지의 순간, 한 가지의 사물에서부터 시작되고 그 사소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모든 행동과 상황 속의 불완전함을 포용하며, 그 속에서 성장을 발견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오롯이 본인의 발걸음으로 말이다. 이에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구절을 인용할 수 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기 위해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에 영원을 담아라
-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 중
이 공연 자체는 밀도감이 아주 높은 공연으로, 대중적인 오페라곡들과 동시에 음악의 색채적인 요소, 연기적인 요소, 언어적인 요소, 지휘자의 역할, 계절과 감정의 풍부함까지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게 담긴 공연이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연결감과 동시에 다채로움을 자아내는데, 이를 통하여 관객들은 음악으로 다양한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결론적으로, 풍부한 프로그램 구성과 슬픔과 기쁨의 적절한 곡의 배치, 그리고 부드럽고 깔끔한 지휘와 공연의 연결성들, 자연스럽고 풍부한 감정들을 통하여 관람객들은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공연임에 동시에, 클래식이 낯선 이들 또한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