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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Sep 30. 2024

법칙과 함께 하고 있음(God in operation

2024 선릉 아트홀 샘이 맑은 소리

<법칙과 함께 하고 있음(God in operation) - 2024 선릉 아트홀 샘이 맑은 소리>      

- 박하리     


선릉 아트홀에서 주최된 공연인 <샘이 맑은 소리>는 청소년을 기반으로, 입시와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의 꿈과 자신의 소리를 깊게 느끼고자 마련한 공연이다. 

   즉, 자신의 음악을 관중에게 어떻게 보여줄 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어떻게 발전시킬 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담기 위해 워크숍까지 가진 공연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가장 순수하고 맑은 순간인 때의 감흥들을 그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담은 공연이기도 하다. 

   이러한 취지로 열린 2024년 제 3회 샘이 맑은 소리 우수 공연자 선정공연(2024년 9월 29일)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반메기 비나리 소리, 꽹과리 - 이시은

2.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가야금 - 정하연, 장구 - 윤호세

3. 서용석류 피리산조 피리 - 이예서, 장구 - 윤호세

4. 김일구류 아쟁산조 아쟁 - 최세론, 장구 - 윤호세

5. 산염불, 자진염불 소리 - 이시온, 피리 - 이예서, 장구 - 윤호세

6. 도드리 가야금 정하연, 아쟁 - 최세론, 피리 - 이예서     


   이 중 공연자 단독 공연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공연자 셋이 함께 한 공연의 순서로 글을 풀어나갈 것이다.      

   <반메기 비나리> 공연으로 시작한 이시은의 공연은 순수하고 맑은 소리로 시작이 된다. 처음에는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공연을 시작했지만, 긴장한다는 그 감흥 자체도 순수함의 한 가지 특질이므로 가장 맑은 때의 풋풋함을 담는 자연스러움이기도 하다. 

   공연 중간쯤에는 긴장이 풀린 뒤에 조금 더 유연하게 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 그렇기에 소리가 조금 더 멀리까지 나아가고, 소리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하여 꽹과리 소리 자체는 오히려 은은하게 울리는 의도를 관객은 확인할 수 있다. 의상 또한 공연자의 성격과 특질과 맞닿아 있듯, 흰색, 하늘색과 여린 분홍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순두부같이 매끄럽고 부들부들한 특징과 더불어서 시원한 목소리가 가장 어린 나이의 소리적 특징을 담을 수 있는 시각적 요소를 대변하기도 한다. 

   테크닉 적으로는 조금 더 연장자인 소리꾼 분들과 비교했을 때에 밀도감이 완벽하진 않지만, 발성과 맑은 목소리, 그리고 기초적인 기교가 훌륭하여 시간이 흐르고 이 공연자가 조금 더 밀도감이 쌓인 나이가 되었을 때 조금 더 풍요롭고 다부진 소리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교란, 공기의 떨림을 사용하는 테크닉이 감각적이고 적절했다는 측면이다. 

   두 번째로는 정하연의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공연이었는데, 가장 어린 나이인 중학생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공연 중간부터는 한층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인다는 걸 관찰할 수 있는 공연이다. 가야금을 뜯을 때에는 손가락의 쓰임에 따라서 다르게 끊어지는 가야금 소리를 관찰할 수 있는데, 여린 소리와 강한 소리, 그리고 손 위에서 소리의 진동을 꾹꾹 눌러담는 듯한 왼손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다. 또한 유연하면서도 단호하게 튕겨내는 오른손의 움직임 또한 순간마다의 소리를 바꾸어낼 수 있는 대목이 존재한다. 그리고 팔의 움직임에서부터 빈 공간의 움직임과 흐름이 있는데, 팔이 줄에서부터 멀어지면 예각 삼각형의 구도가 나오고, 가까워지면 조금 더 정적인 느낌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각적인 효과도 알 수 있다. 공연자의 긴장이 풀린 공연의 중간지점에서는 점점 더 매끈하게 미끌어지며 꾹꾹 누르는 왼손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어깨에서부터 팔꿈치, 손 끝까지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소리 또한 자연스럽고 맑게 나온다는 것을 관객은 알아차릴 수 있다. 즉, 박자를 세는 숫자라는 생각을 뛰어넘고, 생각에 음을 맞추는 것이 아닌, 가슴에서부터 나오는 직감적 순간의 몰입감으로 공연에 임하면, 점점 더 공기의 흐름과 밀도를 맞추어 소리를 낼 수 있다. 이 공연의 점점 더 빨라지는 오른손에, 고립된 왼손의 움직임은, 소리가 긴급한 절정을 향해가며 그 순간의 몰입감을 표현했다. 즉, 이러한 손의 움직임 표현은 처음 공연을 시작했을 때보다 조금 더 가볍고 자연스러운, 즉 생각이 비워짐을 관찰할 수 있는 상태이다. 

   다음으로 <서용석류 피리산조> 공연의 피리 이예서는 처음부터 긴장감 없이 시원하고 커다란 소리로 시작한다. 감정을 풍부히, 그리고 입의 움직임을 통하여 나타내는 커다란 소리와, 복식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커다란 영혼의 울림은 그녀의 시원한 부피의 시각적 요소를 마치 소리로 표현한 느낌의 공연이기도 하다. 피리 소리이지만 마치 언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피리에서부터 발현된 소리가 말을 건네는 듯한 감흥을 자아내기도 한다. 또한 고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이지만, 그 나이에 걸맞지 않는 밀도감으로 인해, 그녀는 굉장히 촘촘하고 높은 소리를 발현시킬 수 있었는데, 감정을 풍부히 하면서 기술적인 온전성,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발성 등의 특징을 통해서 좋은 소리를 낸다는 감흥을 관객들은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이예서의 손의 움직임 또한 큰 힘을 쥐고 있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치 나비가 사뿐사뿐 피리에 내려 앉듯 움직이는데, 이러한 총체적인 특징을 바라보면 공연자가 이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걸 알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공연의 처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표정이나 소리의 높낮이, 기교적인 특징이나 감정적인 충만함 등을 비교해 보았을 때, 굉장히 안정적이고 비슷한 밀도감으로 공연이 진행되었음을 관찰함으로 인해, 이 공연자 자체의 소리의 밀도가 굉장히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규칙성과 안정성, 좋은 기교, 풍부한 감정이라는 특징을 통하여 조금 더 편안하고 고요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창작이나 예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 하나는, 한 가지를 기복에 좌지우지 되어서 만들어 내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점을 수천 번 찍듯 처음부터 끝까지 어떠한 커다란 흔들림 없이 초연한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 있어 이예지는 내면의 집중도가 무척 깊고, 작은 소리도 섬세하고 균일하게, 큰 소리에도 고민 없이 시원하게 전개를 풀어나간다는 특징을 관찰할 수 있는 공연이다. 

   마지막으로 김일구류 아쟁산조의 아쟁 최세론은, 가장 연장자라는 것이 이 공연에서 나타나는데, 그것은 처음부터 장구 연주자와 눈을 마주치면서 웃는 여유까지 존재하며, 자연스럽게 공연을 시작하고 끝맞추었다는 특징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세론은 아주 미묘한 소리에도 마치 원자 단위로 감정과 기교를 넣듯 매우 섬세하고 예리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표현한다.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어 소리에 반응하는 형식을 통하여, 관객은 다음과 같은 소리의 특징을 읽어낼 수 있다. 

   /가는 음, 중첩된 음, 깨지는 음, 합쳐진 음, 분열된 음, 짧은 음, 긴 음, 엇나간 음./ 

   이러한 음들의 양과 음의 조화와 마치 줄타기를 하듯 유연한 손의 움직임을 통하여 조금 더 풍부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그저 소리라는 특징 뿐 아니라, 장구 치는 분과의 소통, 여유로운 미소, 마치 줄 사이를 소리 없이 옆으로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듯 한 손의 움직임 등을 통하여 탄탄한 밀도감과 여유로움 또한 이 공연의 관람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팔의 움직임을 통하여 공기의 저항감을 표현하며 소리의 맛을 적절히 표현했는데, 즉 맺고 끊음과 연결성을 매끄럽고 자연스럽고 흐름에 맞추어 움직이니 소리 자체의 테크닉적인 요소를 휼륭하게 표현한 공연이기도 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치 정중동과 같은 모양새를 띄는데, 움직임이 과장됨 없이 자신의 흐름을 안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끝으로 마지막 두 가지의 공연은 다같이 이루어낸 공연들이다. 그 중 가장 마지막인 도드리 (가야금 정하연, 아쟁 - 최세론, 피리 - 이예서)공연에 대하여 살펴보면, 이 공연의 특징인 '환입‘ 즉, 생성과 소멸의 음악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공연이다. 이 공연을 AI로 분석한 결과, 우주의 생성원리와 비슷하다는 결말이 도출되었다는 실험결과가 있는데, 이 도드리라는 공연 형태는 자연의 이치를 노래하는 소리이다. 

   도드리의 특징을 살펴보면, 단조롭고 안정적인 것이 가장 기초적인 토대이다. 여기에서 일정하고 균일한 음과, 높낮이가 반복되는데, 높은 음, 중간 음, 낮은 음이 서로의 빈 공간을 찾아 정확히 맞추어진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일정한 템포의 소리를 통해서 나선형의 흐름을 그리며 동그란 원을 그리는 듯한 소리적 심상을 관람객은 소리를 통하여 시각화하여 떠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는 마치 올라퍼 엘리아슨의 나선형 설치 작품이 연상이 되기도 하는 대목인데, 이는 균형과 조화, 반복과 새로움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노래한 듯 한 심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이미지들


   소리 하나하나 정성 들이고 공들인 듯한 느낌의 이 작품은, 빠르거나 조급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듯한 이미지를 시각화 해낼 수 있는데, 이것은 마치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공연이기도 하다. 박서보 화백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 삶은 단색이다. 큰 목적이 없고 그저 하루하루 감사함으로 살고 있다.”   
- 박서보
  
박서보 화백과 단색화

   이러한 그의 말처럼 이 공연 또한 도드라지거나 큰 하이라이트가 배제된, 일정하고 균등한 느낌의 소리로 형성되었는데, 이것이 자연과 흡사하다는 AI의 분석 결과를 통하여 자연과도 같은 꽉찬 밀도감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즉, 반복되지만 이 속에서 새로움을 얻고, 안정감을 얻으며 동시에 변화에 강한 것. 그것이 바로 꽉찬 밀도감이자 잘 지어진 건물과도 같은 메타포를 얻을 수 있는 소리이다. 

   이러한 안정감각을 통하여 이 공연은 평화롭고 명상적인 요소를 지니며 심신 안정과 평온, 감각, 내면에 집중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긴장을 제거할 수 있는 음이기도 하다.     


 

   <샘이 맑은 소리>라는 청소년의 음악을 하는 공연자들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꿈에 대하여 더 많이 고민하고 관객과 만나고 소통함을 추구한다는 이 공연을 통하여, 가장 순수하고 맑은 소리를 관객들은 감상할 수 있다. 동시에 지금 당장은 어색하고 밀도감이 높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긴 하지만, 모든 부분에 있어서 부족함이 있다는 건 그만큼 나아가고 배움을 향하여 도달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린 공연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기교나 다른 무엇도 아닌, ‘밀도감’이라는 것인데, 그것에 대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고 밀도감이 있다는 것은, 재빠르고 한꺼번에 빠르게 해치워버리는 움직임이 아니라,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힘을 빼면서 동시에 힘을 써야 하는 부분에 몰입하고, 안정적이고 조화롭고 균형잡히게, 그리고 감정을 풍부히, 동시에 우주의 법칙에 따라(GOD-IN-OPERATION) 이루어지는 소리이다. 이에 레스터 레븐슨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조화 속에 있다는 것은 정말 즐겁고 유쾌한 상태다. 모든 것이 당신을 도와주러 오기 때문이 아니라, ‘법칙과 함께 하고 있음(GOD-IN-OPERATION)의 느낌 때문이다.”  - 레스터 레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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