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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아빠가 나를 사랑해주신 방식대로 사랑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게 생각보다 엄청 온전하다.
누군가가 조건에 맞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고,
잘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내가 그들의 의지처가 되거나 그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가 지금 당장 그들을 사랑하더라도 언제든 그들이 나를 떠나고싶을 때 그들을 보내줘야만 한다.
단점이 많이 보여도 사랑할 수 있고,
능력이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냥 사랑하니까.
이게 아빠가 나에게 줬던 사랑이다.
그래서 삶을 살아가며, 엄마에게는 내가 성취한 것들을 밥 떠먹여주듯 항상 말했었는데,
아빠 앞에서는 별로 말하지 않는다. 내가 잘 하건 못 하건 상관없이 아빠는 그걸로 나에 대한 가치평가를 하지 않는다.
엄마에게는 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왔고,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교육받아왔고, 능력있는 남자를 찾아야 한다는 이상한 관념을 교육받아 왔는데(정말 이상하다)
아빠는 완전히 반대다.
사랑에는 조건이 없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이 어디에서든 무얼하든 잘 살기만 하면 그만이고, 능력있는 남자를 찾기 보다는 스스로도 혼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행복하고 재밌게만 잘 살면 된다.
요즘에 종종 아빠랑 데이트같은 걸 하는데,
나는 아빠같은 사람이 되고싶은 거 같다. 어렸을 땐 몰랐지만 우리 아빠는 정말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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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고민하는 중학교 3학년 친구에게,
나같이 직업이 많지만 하고싶은 걸 다 하고 사는 삶에 대해서,
그 아이도 나랑 비슷한 결의 삶을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삶.
진로에 대해서 너무 두려워 하길래 간단하게 말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나는 정말 힘든 시선도 받아오고, 이 길을 걷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정말 외로운 시간을 지나오고 있고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는 직업이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을 바쳐서라도 선택할 수 있기에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고자 선택한 직업이며, 그로인하여 고통있는 삶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나는 말도 안 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고, 여전히 행복하다.
선택은 스스로가 하는 몫이지만, 이 길은 쉬운 길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후회 안 될 정도로 행복한 길이다.
이 친구와 예고 입시를 했는데, 단 한번도 최선을 다해본 적 없는 것 같아서, 최선이 무엇인지, 그리고 성취해보면 어떤 기분일지를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입시하면서 게으른 행동에 대해 많이 혼냈다.
아이는 최선을 다 했다.
그리고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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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없어도 되는 삶. 혼자서도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혼자서도 사랑할 수 있는 삶. 동시에 다른 이를 사랑하고 물질적인 걸 소중히 하며 즐길 수 있는 삶.
이건 내 그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