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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by hari

텁텁해진 공기를 쓰는 건

눈꺼풀이 잠기는 일

사르르 녹아내리다 테이블에 오른 쪽 볼이 접착 되면

두루뭉술한 꿈을 꾸며

꺼억꺼억 트림이 나온다


앞을 바라보며 테이블과 인사를 하면

아주 조용히도 스며들지만 몇 초간의 흔적이 남아

마치 상대 없이 이별한 것 마냥

선명한 흔적에 사로잡힌다


굵직한 문장을 눈여겨보면

마치 나인 것 마냥

그것들에 동화되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편집증에

퉁명스럽게 튀어나온다


튕겨 나갈 때의 선명함과 감촉들을

꿈에서 만나면

악몽과 시들음,

돌아갈 수 없는 나날의 행보

뒤돌아가서 시간을 저벅저벅 걸을 수는 없으리라,

체념을 하면 감정 여럿 죽는다,

즐기면서 뼈저리게 사리는 것들

샤베트같은 클렌징을 녹여가며

오늘 하루를 지운다

앞으로 더 지울 것이 많다는 체념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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