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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by hari

때때로 그녀의 눈은 기억나질 않는다.

흰자와 검은자가 모호한, 희뿌연, 그런 색이었다.

그녀를 생각하면 안방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던 흰 색 배경에 붉은 색 자수가 박힌 베개가 생각이 났다. 향이 어렴풋 났던 그것.

마지막 날의 어두운 버스조차 보지 못하고 나는

그저 날리던 함박눈에 휩싸여 가장

이기적이라 치부되는 일을 하였다 그저

용서를 구하려 적는 메모는 아니다 단지

그 희미한 눈동자가 보고 싶어서

언젠간 그 희미한 기억의 빛마저 사라져 버릴까

당신을 적는다 메마른 아스팔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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