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기억을 진절머리 날 정도로 추억하고 되돌아봐야지만 직성이 풀린다. 가끔 기억에 중독된 것 마냥 아파하고 행복해하고 회고한다. 그리고 무심코, 아무런 미련 없이 그 기억에서 내가 걸어 나온다.
그러한 과정을 반복해가면서 나 자신이 전력 질주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게 느껴진다. 나는 나아가고 달리고 있다. 내 좌우상하에서는 나를 무참히 짓밟아버리고 할퀴어버리려는 움직임들이 많이 느껴지지만 한 번 상처에 관통된 뒤로는 그것들을 무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 상처들이 내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항상 일은 일어날 수 있지만 현재라는 시간 속에 나는 숨 쉬고 있다.
어쩌면 회상하며 아파하는 것 자체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여 자꾸만 나를 절망의 웅덩이로 스스로 빠뜨리고 감정을 즐겨했던 과거들이었을 것이다. 그 아픔 속에서 나 자신을 악으로 밀어냈다. 나 스스로가 말이다.
악이라는 것은 매력적이다. 악은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하지만 재미에 취하여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은 나라는 사람 자체를 잊어버리는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