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ri Jul 03. 2018

너 자신이 되어라. 그것만이 네 몫이다.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

너 자신이 되어라. 그것만이 네 몫이다. - 오스카 와일드


물은 흐른다.
잔잔한 강물이
돌들의 연결들에 걸리더라도
본인의 주름을 만들며 계속 흐른다.

방향을 잃은 듯
본인의 화에 못 이겨 출렁거려도
물은 계속 흘러야 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후퇴하는 물은 없기 때문에

물은 흐른다.


   영화는 물의 흐름으로 시작된다.
   마치 주인공의 스티븐의 내면을 대신 보여주듯, 화면의 거친 파도들은 무자맥질 하며 온전하게 흐르지 못하고 거세게 서로를 때린다.

   우리는 대 자연이다. 그러기에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 보이지 않는 내면에서 분열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죽지 않는 이상, 시간은 계속하여 간다.
   스티븐은 본인이 하고싶은 문학, 음악을 놓지 않으며 본인이 하고싶지 않은, 일명 '생계를 위한 일' 또한 한다. 어쩌면 어떠한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적이 되어라.'라는 일 또한 그가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현실'이란 무엇일까? 절대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현실이라는 건 존재할까?
   우리는 우리가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에게의 '현실'이란, 본인이 느끼고 바라보는 세계이다. 그러기에 본인이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는지 남들이 온전히 알기는 힘들다.

   누군가의 현실은 시의 세계가 될 수 있고, 누군가의 현실은 이미지의 아름다움이 될 수 있고, 누군가의 현실은 학문에 몰두하는 것이 될 수 있고, 누군가의 현실은 돈이 될 수도 있다.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통용되는 진리가 없기에, 그 진리를 계속해서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고, 그 진리를 보기 위하여는 각자의 내면 속 자기 자신이 요구하는 것을 따르는 것이다.

   스티븐은 주위의 만류와 무시에도 계속하여 그의 길을 묵묵히 걷는다. 타자기와 음악을 놓지 않고 계속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중간에 설령 물의 흐름이 멈춘 것 같거나 혹은 물의 흐름이 다시 거세져도 그는 희망의 끊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후퇴하거나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시간은 없고, 그저 순간이라는 흐름을 걸어가는 일, 그리고 본인이 바라보는 세계, 즉 주관적인 현실을 스스로 그려나가는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현실은 누군가의 현실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다름'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주인공인 스티븐은 말한다.

   '정신 덕에 생각하고 느끼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정신을 지닌다. 다양한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다. 각자의 개성을 끊임없이 만들면 세상은 더욱 다양한 색깔로 빛날 수 있다.

   그리고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자기 자신은,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세상은 본인의 시각으로, 본인의 느낌으로 바라보도록, 온전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각자의 사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