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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Jun 20. 2018

각자의 사정

여중생 A

“누구에게나 말 못할 사정이 있잖아.”    


미래와 재희.


   재희가 말했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다만 숨겨져서 안 보이는 것 뿐, 그 사정들은 사람들에게 은유적으로 내비추어진다.     

   여중생 A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다수 저마다 각자의 사정을 지니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의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는 미래와, 아버지의 성적 압박과 족쇄를 받고 있는 백합, 부모님의 이혼을 사이에 두고 본인이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재희. 그들은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있고, 가끔은 그 사정들이 안 좋게 발발하여 갈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미래.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갈등의 표면이 아닌, 그 갈등 뒤에 숨겨진 안 보이는 본질이다. 누군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괄호 치기 한 뒤, ‘그 사람은 어떠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문제는 참 간단해진다. 아마 미래 또한 자신의 원고를 표절한 백합을 용서하는 과정 속에서 그러했을 것이다.     

   백합은 부모님의 성적 압박과 ‘잘 해야 된다’는 강박으로 아마 미래의 원고를 표절하였을 것이다. 그것이 백합의 사정이다. 하지만, 그 전에 백합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간에, 따돌림을 당하는 미래에게 말을 걸어주고 같이 놀아주는 등, 서로의 따뜻함을 나누었던 과정이 있지 않는가? 그 과정 자체가 온전한 거짓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래는 말한다.     


미래와 백합


   “누구나 실수는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실수는 한다. 그리고 그 실수 자체는 인간성이고, 그 인간적인 면모를 용서해주는 것 또한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따뜻함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세상은 참 신기하기에 아주 얇게 어느 것을 베어도 양면이 항상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사는 재미일 수도 있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미래 또한 그렇다. 세상에 마치 비참하게 버려진 듯한 고난과 고비들이 오지만 그만큼 그녀에게는 아주 좋은 친구들과 아주 좋은 기회 또한 온다. 왜냐하면 세계는 오직 한 가지만 오지는 않기에. 완벽하게 고난만 오거나 완벽하게 기쁨만 찾아오진 않는다. 자세히 들어다보면 아주 수많은 요소들이 삶에 물들여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지도 못하였던 미래는,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는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하며 대화를 한다. 그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간의 고난 속에서 깃든 사랑의 힘이 아닐까?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가 가장 쉬우면서도 어렵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이야기이자 사랑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세상과 사람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하여 어떻게 해석을 하든 해석이 된다. 또한 어떻게 생각을 하든 그 방향성에 따라서 삶이 굴러간다. 누군가는 간단하게 살아갈 것이며, 누군가는 복잡하게 살아갈 것이며, 누군가는 고통에 빠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삶의 기쁨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어떠한 방식이든 사람들은 각자 본인 스스로에게 옳은 방식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각자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니고, 서로 다른 사정을 지니고, 서로 다른 존엄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의 표면만 보고 판단을 해 버리는 것은 참 위험한 행위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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