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은 참 신기하다.
사랑해
그 한마디가 사람을 감성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도 있고, 혹은 민망하게 할 수 있는 말인 동시에,
그 짧은 한 마디가 내 목구멍을 통과하여 답답한 위를 지나가, 위병을 낫게 도와주고, 배꼽과 위의 사이에 있는 그 어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추상적인 위치를 따스하게 메워주는 동시에 얼굴에는 따뜻하고도 희미한 충격감으로 채워준다. 아, 채워준다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린다. 사랑한다는 것은 말이다.
채운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채우고 싶어서 돈을 많이 모으고, 상대방을 많이 만나고, 밥을 많이 먹고, 지식을 많이 쌓고, 정보를 많이 얻으며, 스펙을 많이 쌓는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 뒤에 남겨진 것은 아주 텅텅 비어버린 정신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을 완벽한 부정이라고 볼 수도, 혹은 부정 그 자체로 보기 힘든 것들이다. 왜냐하면 분명히 삶 속에서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도와 위치의 문제이다.
마음의 영역이 비어버렸는데, 물질, 혹은 다른 영역으로 마음을 채울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채운 뒤 비워야 하는 것이 마음이고, 그래야지 마음이 흐를 수가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추상적으로 마음 자체를 채워주는 힘이 있는 것만 같다. 굶주린 마음에 양식이 되고, 상처받은 정신에 약이 되어 갈라지고 쓰라린 핏방울 위에 기꺼이 자신의 온 진심을 쏟아부어 치유해준다.
누군가의 구애와 누군가의 상처, 그저 진심으로 나오는 '사랑해'라는 말 자체가 너무나 달다. 달다는 표현으로 담기기 힘들 정도로 아주 달다.
S에게 말했다.
사랑해.
사람들에게 너무나 자주하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지만, 최대한 상대에 따라서 다른 느낌과 다른 진심으로 말하려고 한다. 아마 나는 S에게 이 말을 하기 이전에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그 음악의 느낌과 그 사람의 느낌을 교차시키며 사랑한다는 말을 할 타이밍을 잡았다. 왜냐하면 진심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이 정도 타이밍이면 말해도 되겠다, 라는 찰나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의 그 기쁨은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좋다.
내가 변치 않는다는 그의 말에,
생각해 보았다.
웃긴 건 나는 시도때도없이 아주 많이 변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하여 변한다. 순간순간 나는 변한다. 마치 물이 흐르는 것 같이. 나는 흐르는 물이라는 표현이 나와 제일 잘 어울린다.
하지만 물이 '물의 존재 자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듯, 나는 항상 나였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자체는 변치 않았다. 아주 깊숙이 사랑을 하면, 그 사랑 자체는 변하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또 다시 누군가에게 말할 것이다. 앞으로 내가 죽을 때 까지, 사랑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