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영화 <어드리프트>
가끔은 세상이 우리를 시험하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것을 자신 스스로가 깨닫게 하기 위하여 보이는 것들을 우리 앞에 가져다 놓은 것 같다. 사랑, 믿음, 영혼. 이러한 것들을 우리가 깊게 느끼게 하기 위하여, 그것들 위에다가 육체라는 것을 우리에게 선물해준 것이 '세상' 아닐까?
사랑은 너무나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고, 우리의 원초적이고 삶의 의미와 본질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사랑은 우리 삶의 본질 그 자체이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문이 적혀 있다.
"사랑은 그대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근원에 잇닿은 그대들의 뿌리를 흔들어 놓겠지만
사랑은 또한 그대들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햇빛 아래 떨고 있는 그대들의 연약한 가지를 보듬어 안아주리라."
이처럼 사랑은 우리를 버리는 것 같지만 실은 진실로 우리를 구해주는 본질적인 것이다.
어드리프트는 그 본질적인 것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그리고 존재들을 사랑하고, 나아가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지만 그것들 너머로 욕심, 욕망, 증오, 분노 등은 그러한 본질적인 것들 위에 뿌려지는 폭풍과도 같다. 그리고 그러한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더욱 맑게 갠 날이 우리 앞에 선물된다. 그러므로 항상 우리는 삶의 속살을 보아야 한다.
어드리프트의 주인공 태미와 리처드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만나게 되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서로 공통점은 없지만, 사랑이라는 연결고리 하나만으로도 이어지고, 서로를 느끼며, 영혼과의 대화를 한다. 사랑은 어떠한 조건도 없으며, 어떠한 걸 바라지도 않고, 증명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돈이 필요가 없으며, 장소와 시간 또한 사랑 앞에서 무력해진다.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들 사이로 아주 강력하게 빛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들은 사랑을 통하여 만났고, 삶이라는 바다 속으로 항해를 떠난다.
그들은 항해를 가다가 붉은 노을빛을 본다. 리처드는 그 노을빛을 자신이 느낀 그대로, 시적으로 표현하고, 태미는 "그냥 빨간색인데?"라며 말을 한다. 이처럼 이 둘은 본인들이 느낀 것이 아주 상이하다. 이러한 행복한 여정을 하던 중, 그들은 4급의 허리케인을 만나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바다 한 가운데에 표류하다가, 리처드는 말한다.
"무엇이든 집중하면 할 수 있어."
"우리 어머니는 내가 7살 때 목매어 죽었는데, 그 이후로 내가 어떠한 결정을 해야 할 때에 마음속으로 엄마에게 물어봐.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하고 말이야."
우리의 마음 속에는 무한하게 많은 현자가 들어 있어서, 본인의 길을 택할 때에는 스스로의 깊은 자아, 즉 큰 자아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확고히 믿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한다. 나의 길은 어디인가, 말이다.
태미는 스스로의 마음속을 확인하며, 죽을 위기에서 식량을 구하고, 스스로 시계를 통하여 항해할 곳을 정하며 위기를 빠져나가고자 안간힘을 다 한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땅콩버터를 먹으며 행복해하고, 클렌징 폼을 볼에 비비며 자신의 살아있음을 느끼고, 비가 오는 날에 물을 받아먹으며 그 충족감과 기쁨을 춤으로 표현한다. 이것들은 우리에게 아주 일상적인 것이지만 어쩌면 세상이 항상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삶은 아주 가까이 붙어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망각한 채로 더욱 큰 욕심만을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항상 자기 자신에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깊고 순수한 사랑은 우리의 많은 것들을 산산 조각나게 하지만, 어쩌면 그로 인하여 우리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선물해준다. 사랑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남겨진 것,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하고,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들을 가슴 깊게 깨닫게 해 주는 에너지를 가진다. 칼릴 지브란은 말했다.
사랑이 행하는 이 모든 일들을 통하여
그대들은 그대들 가슴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 깨달음으로 그대들은 삶과 진실로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어드리프트는 마음속에 이어져 있는 사랑을 통한 생존 이야기와 삶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담았고, 거대하고 완전한 미장센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통하여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영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