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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Dec 20. 2018

우리가 단순하게 원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따스함이다.

영화 <그린북>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읽으실 때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삶에서 진정으로 추구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행복, 인정, 명예, 돈, 안정적인 직장, 가족, 꿈 등 많은 영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영화 <그린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대조적인 두 인물이 나온다. 그 두 인물은 천재 피아니스트인 돈 셜리와 허풍쟁이 토니 발레롱가이다. 셜리는 미국 남부로 자신의 공연을 투어하는 중 자신의 업무를 함께 맡을 운전기사를 모집하고, 토니는 자신의 지인의 소개로 그 업무를 맡게 된다. 


셜리와 토니

   모든 것이 완벽하고 완전하고 깔끔하고, 호화스러운 삶을 사는 셜리와는 다르게, 토니는 차에서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어느 장소에서든 통쾌한 웃음소리를 내며 모든 일을 쿨하게 넘긴다. 


   셜리는 이성적으로 사고하며 그에 걸맞게 딱딱하고도 격식차린 모습으로 행동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외로움을 갈구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언제나 혼자이며, 혼자 술을 마시고, 진정한 친구도 없는 듯 보인다. 피아노를 치는 장소에 가서, 여러 귀족들과 사교계에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며 인정을 받지만, 영화 속에서 진정으로 따스하고 푸근하게 이야기를 할 사람은 없다. 

셜리

   이러한 그에게 토니가 나타난다. 토니는 자신의 가식없는 행동을 통하여 설리에게 따스함 정겨움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토니는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길거리에 있는 저렴한 치킨을 사서 셜리에게 건넨다. 셜리는 비위생적이고 이러한 치킨은 처음 먹어본다면서 거절하지만, 토니는 받지 않으면 던져버린다는 귀여운 협박으로 셜리를 설득시킨다. 설리는 그 치킨을 꽤나 맛있게 먹은 뒤, 뼈다귀를 창밖으로 던진다. 

따스함을 나누는 두 사람

   틈틈이 멀리 떨어져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쓰는 토니, 그리고 그것을 셜리는 지켜본다. 평범하고 꾸밈없는 문체에, 셜리는 자신의 로맨틱한 감성을 덧붙여 토니의 편지를 도와준다. 토니의 부인은 토니의 편지에 감명을 받고, 이러한 소소하고 행복한 행보는 계속하여 이어간다. 


편지를 수정해주는 셜리

   이러한 소소하고 귀엽고 따스한 이야기로 채워진 에피소드들을 통하여, 셜리의 단단하게 굳어버린 심장이 부드러운 불로 화르르 녹는 장면들을 마주할 수 있다. 영화가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점점 더 따스한 친구사이로 발전해가는 그들의 여행에서는, 직업과 위치와는 상관 없는, 표면적인 관계가 아닌 진정한 관계로 이 둘은 발전해 나간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러한 순차적이고 따스한 장면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 지속적으로 위기와 차별의 장면들 또한 나온다. 흑인 피아니스트인 셜리는, 1962년 미국 남부로 공연을 가면서, 시대 상황과 위치적인 특성에 걸맞게 다른 사람에게 차별적인 폭력을 당하고, 경찰에게 의미없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감금을 당한다. 그 곁에는 항상 토니가 있고, 토니가 그의 곁을 지켜준다.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셜리는 처음에 말한다. 괜한 이타주의인 척 하지말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것은 셜리가 어렸을 때부터 당했던 차별로 인한 상처의 표출일 수도 있다. 토니는 이러한 사람들이 셜리에 대하여 차별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점차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하고, 지속적으로 그의 곁에서 그를 보살펴 준다. 


셜리를 구해주는 토니

   사람에게는 누구나 따스함이 있다. 그것이 직업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건, 낮은 위치에 있건 말이다. 그것은 직업과 학력, 사회적인 역할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돈과도 무관하고 명예와도 무관하고 꿈과도 무관하다. 우리 안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무한한 따스함과 사랑이 있다. 

   표면적으로 화를 많이 내고, 차가워 보이고, 돈만을 중시해 보이고, 명예와 직업만을 중시해 보이는 사람들 속에는 죽음과 사랑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뿌리깊은 무의식 속에 있다. 그들은 그러한 마음으로 맹목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따스해지고 싶다는 소망 또한 담겨 있다. 우리 존재는 서로를 만나기 위하여 태어났고, 서로의 사랑으로 서로의 차가워지고 딱딱해진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하여 만난다. 우리가 만나는 이유는 이해관계를 위한 것도, 어떠한 목적을 지녀서 서로의 이익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순수한 사랑, 가슴 깊은 속을 어루만질 수 있는 따스함, 그것이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본질 이라고도 할 수 있다. 


토니를 통하여 활짝 웃는 셜리

   이 영화는 사람간의 관계에서 직업적인 한계를 보여주지 않으며 서로의 인간성과 따스함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이다. 진정한 사람간의 관계가 무엇인지, 사랑과 우정이 무엇인지, 삶이 심각하지 않고, 그저 충만하게 즐겨야 한다는 소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순간순간의 유쾌한 유머들이 관객들의 마음 속에 들어와 따스함을 퍼져나가게 하는 소중한 영화이다. 


우리의 인생은 여행 그 자체이다.


   영화 <그린북>은 2019년 1월 10일에 개봉한다. 약 만 원이 넘는 금액의 이 영화는, 어떠한 표면적인 조건을 지닌 사람이건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따스하고 행복한 가슴을 지니고 영화 상영관을 나올 수 있다. 언제나 반복되고 비슷해보이는 일상의 순간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따스함들이 항상 있고, 사람들이 그 순간의 따스함을 소중히 여기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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