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의 사랑

by h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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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스쳐지나가는 감정이라는 연약한 숙주 말고,

사랑을 보고 싶다. 우리를 잇는 고귀한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 만큼 고귀한 게 또 있을까?


사랑이 증오로 변하지 않기 위하여, 혹은 사랑을 증오로 착각하지 않기 위하여, 기억이라는 요소를 붙잡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기억은 욕망이다. 그것을 잘 활용하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것에 발목 잡히면 건강한 삶을 살아내기가 힘들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마다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보다는, 그 사람과의 기억들을 사랑하곤 했다. 그것은 그 사람을 소유하고자 하는 헛된 욕망으로 발전해 갔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꼭 만나야 하는 인물이 나에게 다가왔다. 우리는 몇 번이고 마주쳤고, 몇 번이고 마주 칠 기회도 있었다. 그 몇 번의 순간이 지나고 지금 서로의 눈을 바라보게 되었다.


눈에서 눈으로 통하는 맑은 빛이 좋다.


아무런 근심과 걱정 없이 누군가와 마주하는 그 소통과 교감이 좋다.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이어서 더 좋은 것도 있다.


나는 그리 로맨틱한 사람은 아니어서 말을 이리저리 돌리고, 상대를 사로잡으려고 애쓰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사람에 대하여 진실하고 싶다. 내가 느끼는 에너지들, 그리고 그에게서 배우고 싶은 많은 경험들, 성적 욕망이 아닌 정말로 내 안에서 풍성해지는 사랑을 끄집어내고 싶다. 어차피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내 안에서 나타난다. 그 사람과 나를 잇는 끈이고, 세계를 하나로 묶는 본질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에.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정열적으로 타오르는 사랑이기 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 내가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의 안에 있는 사랑하는 존재를 끄집어서 보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진 않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나는 그를 분석하고 분류하지 않는다.


때때로 그를 떠올리면 슬프긴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이다.


함께 있을 때 내 마음 속에서 잠시 그를 떠나보내고자 하고 있다.


같이 있을 때에는 최대한 우리의 에너지를 느끼려고 한다.


손을 잡을 때에는 우리의 육체 속에서 흐르는 영혼을 느끼고, 그 에너지의 흐름, 짜릿하게 통하고 있는 그 흐름들을 관찰한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좋은 빛에 있는 자리에 앉아서 우리 안에 있는 그 풍경들을 공유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그런 순간들을 그저 바람에 날려 보내고 있다.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떠나보낼 수 있으려고 하지만 그것이 마음먹은 대로 쉽진 않다. 오래 보고 싶지만 언젠간 우리의 형태는 없어질 것을 알기에 가장 가까이 있을 때 그의 눈을 더욱 깊게 바라보고 싶다. 순수하게 웃으며 장난치는 그 모습조차도 모든 걸 기억해 내지는 못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생생하게 살아가며 그 사람의 마음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불쑥 그가 나에게 다가 와줌에 감사하다. 언젠간 친해지고 싶었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는데, 내가 판단한 것만큼 딱딱한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나는 그 사람을 모른다. 그리고 평생 그럴 것이다.


많은 걸 배우고 싶다. 그 사람을 통하여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고 싶고, 함께 있을 때 만큼은 우리에게 집중하고 싶다. 후회가 남지 않는 인연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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