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낀 우리에 대하여

by hari

현지


테라스에서 햇빛을 받으면서 명상을 하다가, 현지에 대하여 명상을 했다. 아름다운 꽃분홍색 물결이 올라왔다. 사랑을 느꼈다.


명상을 하다가 가끔씩 어떠한 빛을 보기도 하고 색을 보기도 하고 완전한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이 우주가 나에게 직감을 보내오는 신호인 것 같기도 하다.


저번에 대우 오빠와 한강에 산책하러 갔다가 현지가 나에 대하여 말했다는 걸 들었다.


“하리는 우울한 애야.”


라고 한 내용이었나? 잘 기억은 안 나고 그리 정확하지도 않은 내용이다.


이제는 우울하다는 감정이 정말 많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것에 감사하다.


우울하다는 것은 어느 미래에 있거나 혹은 과거에 머물고 있는 것만 같다. 우울에 중독되는 것은 본질적인 자기 자신을 무시하고 감정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커다란 하늘이 존재하는데도 먹구름만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나와 현지는 정말 많이 달랐지만 비슷하기도 했다.


처음에 우리가 만났을 적에는 우리 둘이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괴리감까지 느껴지기도 했지만, 우리가 처음 길에서 만난 날, 하늘이 우리를 묶어준 듯 끊어지지 않는 인연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그때 우리는 우울했다. 솔직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 때 엄청 우울하진 않았다. 살짝 우울했다. 하지만 우울한 사람 두 명이 뭉치자 정말 우울한 콤비가 되어 버렸다!


우리는 남자 이야기를 주로 많이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축적해온 결핍이 많아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하여, 솔직히 말해서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그 느낌이 좋아서 남자를 많이 만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절대 그런 관계를 맺지 않지만 말이다.


우리가 맺어온 남자와의 관계는 정말 사랑스러웠지만 종종 많이 슬펐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때문이었나?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상대에게 바랐던 것들이 정말 많긴 했다. 그리고 사랑을 원했다. 함께 하는 사랑. 그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힘들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닫는 날이면 혼자 끙끙거리면서 앓고 있다가 울면서 현지에게 가곤 했다. 우리는 서로 슬퍼하다가 그 소재를 가지고 블랙 코미디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현지 집에서 깔깔거리면서 웃고 춤췄다. 미친 아이들 같았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이십대의 초중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이러한 발상이 가능할까, 의아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말도 안 되는 유머로 말장난을 하곤 했고, 길거리에서 춤을 추기도 했고, 괜히 유치한 상황극을 벌이기도 했다.


꽤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과거이기도 하다. 그 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여전히 내가 느끼는 현지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나는 아주 소수의 사람(기껏해야 2~3명)에게 이탈리아로 간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못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사실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눈치 빠른 이들이 먼저 나에게 물어보아서 어쩔 수 없이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곳에 도착하고 현지에게 연락이 왔다. 조심히 있다가 오라는 연락이 뭔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문근 오빠도, 현지도, 우리의 질풍노도의 완벽한 폭풍우 속, 그 혼돈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이제 아닐지언정, 나는 그들을 잔잔하게 사랑한다. 그건 변함이 없다. 태양이 존재한다는 것 만큼 변하지 않는 사실인 것 같다.

매일 만났던 현지를 이제는 정말 몇 개월에 한 번씩 만난다. 우리는 하는 일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다. 공통점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지냈다. 한편으로 슬프기도 하지만 잔잔한 마음을 가졌음에 감사하기도 하다.


현지는 연애를 한다. 나는 연애를 하지 않는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완전하다고 느끼고 현지는 어떨지는 모르겠다. 내가 현지에게 남자 이야기를 안 한지 너무나 오래 되었다. 그만큼 내가 남자를 많이 만나지 않은 기간이 오래되었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것에 큰 관심을 두진 않지만, 그럼에도 그 때의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나에게 커다란 의미인 것 같다. 완벽한 혼돈 속에서 작은 꽃 한 송이를 발견하는 것 마냥. 그렇게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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