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저 사랑이다.
죽을 듯이 아팠었다. 누군가가 보았을 때 정말 이해가 안 될 듯이 죽을 듯이 아팠었다. 피렌체에 오기 직전에 몇 번 이랬었다. 이 년 전부터 심장에 무리가 가긴 했어도 그것의 빈도가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 병원을 가거나 응급실을 가도 소용이 없었다. 나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밖에 없었다.
나는 죽음을 자주 느낀다. 정확히 말하면 죽음에 대한 고통을 많이 느낀다. 그것이 환상이라고 해도 그 순간 내 몸은 완벽하게 창백해지고 몸이 두 개로 분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뛰고 위는 부풀어 오른다. 곧장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 같다는 느낌도 있지만 아직 살아있음에, 그리고 앞으로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삶에 더욱 감사해지는 것 같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고통은 과거의 불안증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느낀다. 나는 심각한 불안증 환자였고, 불안이라는 것이 내 삶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나는 불안을 두려워했다.
어느 순간 나는 그 습관을 끊어버렸다.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랐고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거의 전부였다.
내가 정말 슬펐을 때 은진언니를 만났다. 무력하게 침대에서 누워있었는데, 문득 언니가 생각이 났고 나는 언니에게 곧장 연락을 했다. 나는 그당시 언니와 친하지 않았지만 그냥 보고 싶다고 말했다. 언니도 그 순간 내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 날은 7월 7일이었고, 꿈같은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진심으로 언니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그것은 친구로서의 사랑도 아니고 연인으로서의 사랑도 아니고 말 그대로 사랑이었다.
처음에는 언니와 내가 쌍둥이 인 것 마냥 정말 비슷하게 느껴졌지만 모든 건 다 변했다. 나도 변했고 언니도 변했다. 나는 점점 나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해갔다. 가끔은 내가 막히는 것 같다고 느껴지고 고통스럽다고도 느껴졌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듬어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만난 우리는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된 것 마냥 달랐다. 의견 차이가 있었고, 어떠한 부정적인 에너지가 스파크를 내듯 우리는 멀어졌다.
그리고 지금 나는 피렌체에 왔다. 경유지인 로마를 보고 언니가 떠올랐다. 언니는 과거에 이탈리아에 왔었다고 나에게 말했었는데, 그곳이 마치 전생의 기억을 일 듯 편안하다고 했었다.
지난 과거는 거의 잊었다. 모조리 잊을 수는 없겠다만 그 나름의 의미만을 간직한 채 떠나 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절정으로 아팠던 날,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정말 신기한 타이밍에 아프곤 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 년 뒤, 그리고 중요한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을 때. 그 아픔은 육체적인 아픔이라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에너지의 아픔이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
그리고 그 아픔은 나름의 의미를 가졌다. 그만큼 삶이 정말 소중하고, 그만큼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많다는 깨달음을 항상 일깨워졌다.
언니와 통화를 하면서 나는 엊그제 만난 사람처럼 언니에게 어색함 없이 대했다. 신기했다. 그리고 언니가 무엇을 말하든 그저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느꼈다. 사랑에는 판단도 없고 의미도 없고 정의도 없다는 것을.
언니와 대화를 하면서 펑펑 울었지만 웃으면서 대화했다. 언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이야기를 했다고 했고, 자신도 모르게 나를 찾아보았다고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언니와 대화를 하면서 울곤 했다. 정말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때 나는 우리의 참자아를 발견하곤 했다. 정말로 우리 지구상에 가장 신성한 그 힘을 말이다. 사람들 대다수가 무시하는 그 힘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물질적인 것과 비교할 수 없이 부드럽고 힘 있는 그 사랑이라는 힘을 말이다.
우리는 많이 변했다. 내가 변화할 때마다 언니는 말했다.
“네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나는 너를 사랑할 것 같아.”
처음에 나는 이 말이 거짓말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내가 정말로 괴물같이 변해버리면 언니가 나를 안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머리로 셈할 수는 없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 사이에 지독하게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본질적인 선과 사랑이 있다. 우리는 그 연결성으로 살아가야 참자아를 실현시킬 수 있다.
오늘도 문득 언니 생각이 났다. 여리고 여리지만 아름다운 언니.
일 년 간 언니가 느낀 고통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끼고 이해할 수가 있었다. 내가 모든 걸 알 수는 없을지언정 언니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뿐.
언니가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거의 전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