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by hari

피렌체에서 만난 분과 이야기를 했다. 건영씨.


처음 건영씨를 보자마자 눈이 똘망똘망한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했다. 애 같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천진난만하게 보이는 그 사람의 분위기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금방 친해졌고, 금방 친구가 된 느낌이었다.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 자유에 대하여 말하였다.


자유.


나에겐 자유란 뭘까. 자유란 내가 평생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속엔 허전함으로,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하늘 위 반짝이는 별처럼 빛날 것이다. 자유라는 이름은 아이러니하면서도 감사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 자신을 기만하는 것 대신, 이건 뭘까, 알 수 없는 느낌이 자주 일어나긴 했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나는 감정과 자주 동화되곤 했으나 이제는 감정에 동화되진 않는다. 하지만 고통 받긴 한다. 왜냐하면 나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 정도는 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버린다.’


영원한 상실도 없고 영원한 성공도 없다. 모든 것은 다 변한다.


그래서 실은 힘들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나날들이 있다. 왜냐하면 그 나날 또한 지나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도 않는 것 같다. 그저 현재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무자맥질처럼 느껴져 버린다. 그래 무자맥질.


나는 자유롭다. 이젠 자유가 내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것 마냥 나는 자유인이 되어버렸다. 그 점에서 나는 정말 좋다. 나를 많이 내려놓고, 삶에서 남들이 보기에 안 좋다고 생각하는 시기들을 항상 하하거리면서 넘기곤 했으니까 말이다.


남의 말(소위 현실적이라고 하는 것들)을 귀담아 듣지 않고 그저 내 갈 길을 가다보니까 나는 어느 새 여러 가지 일을 그만두고 정말 현실적으로도(!!) 자유의 몸이 되어버렸다. 나를 끌어당기는 일이 대체 무얼까 고민하기도 했다. 운명이라는 것이 있으면 알아서 차려지는 것일까 혹은 내가 직접 차려야하는 것일까? 나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하여 차려진 밥상을 그저 내가 맛있게 먹는 수밖에 없다. 나는 또다시 숟가락을 든다. 그리고 맛있게 먹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자유다. 자유라는 것을 정의할 순 없지만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바로 이렇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곧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것 같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순간이다. 현재에는 모든 정보가 다 담겨 있어서 현재를 아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말이다. 그것이 진정한 우리 내면의 힘이다.


건영씨는 자유를 갈망했다. 나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를 때 나를 정말로 편안하고 개구쟁이같이 대했는데, 나에 대하여, 소위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을 때 나를 조금 대단하게 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그저 내가 아닌 것을 멀리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건영씨는 나의 자유를 부러워했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안정된 삶이란 대체 무엇일까? 실은 그것을 모르겠기도 하고 알고 싶지도 않아서 그저 나대로 살고 있는 것뿐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많이 쓰러진다. 다만 바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현재라는 순간이 주고 있는 것일 뿐. 가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그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도 안다.


몇 번의 백수라는 것이 이제는 지겹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엄청나게 즐겁지도 않다. 일을 여러 차례 관두고 주변에서 대체 무슨 일을 하냐고 묻기도 하고 어떤 이는 내가 엄마나 아빠 카드를 쓰는 줄 알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다. 그것은 진실이다. 나는 끈기가 없어서 일을 그만두는 것 또한 아니다. 때가 되었을 때 떠날 뿐이었다. 그것이 내 일이라고 여겨서 시작했지만 알고 보니 아닌 경우도 있었다. 그 상실감이 엄청나긴 했어도 아닌 건 아닌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새로운 문이 열릴 것 또한 안다. 내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는 반드시 있을 것이고,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손이 있으리라는 것도 안다. 그러니 언제든 절망할 필요가 없을 것도 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너무나 반갑다. 사랑은 언제나 반가운 것이다. 한국에 멀리 떠나있어서 그 사람을 만나 뵙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그 또한 어떠한 의미가 있으려니 하고 현재를 살려고 노력한다. 나는 미래를 보는 눈이 어둡다. 과거를 보는 눈을 잃어버렸다. 오직 나에겐 현재만이 있다. 현재 속에 과거도 있고 미래도 있는 모순이 있기에. 나는 현재를 믿는다.


나는 항상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무기력해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썼다. 피렌체에서의 생활은 좋지만, 아주 소도시이기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매일 있기 때문에 하루에 한국어 한 마디를 할까말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여유를 뛰어넘어서 엄청난 공백의 시간이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이것이 조금은 낯설긴 했다. 내가 원한 시간이었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고 그저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긴 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다. 혼자 깔깔거리면서 웃기도 하였고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기도 했다. 요가를 하며 속의 더부룩한 것을 제거하기도 했고 청소를 하며 마음을 비워냈다.


정말로 미래는 모른다. 하지만 그 모른다는 것 속에 조그마한 기쁨이 숨겨진 것 마냥 지금 기분은 참 묘하다. 괜히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안 좋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굉장한 평화가 내 안에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끊임없이 내 속에 있는 진정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정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100% 확신 하는 건 아니고 98%정도 확신하는 것 같다. 나머지 2%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살짝 마음의 갈팡질팡인데 그것이 있기에 98%가 더 빛나는 느낌이다. 내 삶은 전적으로 실험이자 모험이다. 그것이 꽤 두려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다.


언제나 내 내면의 평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에게 오가는 사람에게까지 그것이 전파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그대들을 사랑했으면 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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