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여성운동에 영향을 끼친 한국 넷페미
한국에도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만큼, 중국도 페미니즘 이슈가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나라입니다.
중국의 여성운동에 대해서는 예전 한비야씨가 중국여행 갔다온 책에도 언급했었죠. 중국은 여성인권이 강한 나라인데도 중국의 여성들은 더 강한 여성인권을 요구한다. 일본과 정 반대 모습이 나타난다고요.
재미있는건, 중국의 여성운동가들이 한국의 영향을 굉장히 크게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혹시 4B4T 운동 아시나요? 비혼 비출산 비섹스 보돕보? 그런 넷페미들의 주장을 정리한 운동인데요.
웃긴게 4B4T를 영어로 검색하면 중국 관련 기사들이 나옵니다. 4B4T movement, 중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여성인권 운동입니다. 그리고 4B4T라는 용어는 한국에서 나왔다는 친절한 설명까지도요.
비혼 비출산 비섹스 ..에 쓰이는 '아닐 비非'를 중국어로 발음하면 Fei이기 때문에 4B가 아닌 4F로 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인 페미니스트들은 이 용어가 한국에서 온걸 인정하고 4B4T라는 용어를 쓰죠.(6B4T라고 하기도 합니다) 중국 페미니스트들의 스승이 되어버린 한국 넷페미들, 나름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거 국뽕 컨텐츠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 웃긴게 중국은 전체주의 통제국가 아니겠습니까? 중국에서는 이런 여성인권 운동이 저출산에 기여한다고 보고 페미니즘 운동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버, 구글인 웨이보에서 페미니즘 커뮤니티 수십개가 갑작스럽게 정지되었습니다.
전당대회에서는 아이를 낳는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고, 2023년11월, 3일 전 보도된 WSJ 기사에 다르면 여성위원회에서 여성들이 완전히 배제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한국 남자 시선에서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은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성비가 완전히 무너져서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하는 남자가 3천만명에 달합니다. 그러다보니 남성이 구애에 들이는 노력도 크고 반대급부로 여성은 중국 남자들을 하대하는 경향이 있죠.
남성들이 결혼하기 위해 신부 측에 크게 돈을 줘야하는(彩礼) 현상도 문제라고 지적됩니다. 올해 6월 보고서에는 신랑이 신부에게 한화로 18억이나 되는 돈(彩礼)을 주는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 결혼의 주도권을 가진 여성이 비혼 비출산을 외친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 생각할 수 있겠죠.
물론 저는 이런 전체주의적인 중국 공산당의 페미니즘 억압에 반대합니다. 저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성향이라서요. 시진핑이 이과 출신이라 그런가, 합리주의 관점에서 보면 꼭 틀렸다고 보긴 어려울거 같은데, 이런식으로 여성운동을 탄압하는건 자유주의 관점에서도 그르고 포스트모던 관점에서 봐도 틀렸습니다. 쉽게말해 퇴행입니다.
시진핑이 '여성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국 근대화의 길 China’s path to modernization'이라고 했다는데 중국의 목표가 2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의 '합리주의가 만든 광기의 시대'를 따라가는거라 한다면 꼭 틀린 말은 아닌거 같기도 합니다.
썸네일 사진출처 : China’s great firewall is rising (econom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