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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May 28. 2024

상담이 필요해

희망 본능

 그렇게 우리 부부는 대학병원에서 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 장기이식센터에서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내고 40여분 정도 상담을 받았다. 신장 이식 검사와 관련된 책자를 받고, 책자를 토대로 간호사님의 설명을 들었다.

그동안 우리 부부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신장은 한번 이식하면 평생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남편의 나이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이식 수술 시기를 결정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했던 건 투석을 시작하고 몇 년 후에 이식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상담을 받아보니 신장 이식 수술의 적기는 바로 투석전... 지금이었다. 

투석을 시작하면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투석전에 이식 수술을 받는 것이 예후가 좋다고 하셨다. 

초조한 마음으로 상담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선생님! 혹시 가족 장기 기증이 어려우면 타인의 장기를 받는 건  얼마나 걸릴까요?"

"혈액형별로 다른데요. B형은 10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네? 10년이요??"

10년을 어떻게 기다리지?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조금이나마 희망을 얻으려고 갔던 상담인데,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검사를 희망했던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신장 기증 검사가 가능한 사람은 나와 아주버님이다.

두 명 중  반드시 남편과  신장이 맞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온 가족이 캄캄한 터널을 헤쳐나갈 자신이 없었다.

'나는 진단받은 질환이 있는데... 기증이 가능한 걸까? 시작부터 안된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 제발...'

"선생님~! 저는 자가면역질환인 000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신장 기증한 사례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그래요? 정말 다행이네요."

정말... 정말... 다행이다. 기증 대상자가 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쪼그라들었던 마음에 희망이라는 불씨가 들어가니 내 마음도 조금 펴진듯하다.



우리 부부는 상담을 모두 마치고 차를 탔다.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궁금한 것도 알게 됐고, 또 질환이 있는 나도 남편의 기증 대상자가 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물론 검사를 해야 최종 결과를 알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또다시 불안감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만약... 내 신장도, 아주버님 신장도 남편과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불안감에 마음이 점점 깜깜해졌다.

'아니야, 내 신장도 남편에게 맞고, 아주버님 신장도 남편에게 잘 맞아서 말이지~

 누가 먼저 남편에게 기증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겠지.'

나는 애써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리고 행복한 상상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용기 내서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또 마음속 나와의 다짐이기도 했다.




당신에게 내 신장을 선물로 주고 싶어.
그런 기적이 일어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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