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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Jun 04. 2024

그래도 희망은 있어

부모님께 알려야 할까?

우리 부부는 상담 직후 고민이 많아졌다. 남편의 몸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는데 양가 부모님은 이 상황을 모르시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남편의 신장이 조금 안 좋다는 정도만 아시지 이 정도로 나빠진 줄은 모르신다. 양가 부모님께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부모님께 알리기 않았다.

자칫 남편이 섭섭할 수도 있는 이 비밀을 남편은 지금껏 지켜 주었다.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이제는 그 한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 앞으로 신장 기증 검사도 해야 하고, 수술도 받게 되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이 올 텐데...

부모님께 알리는 게 맞을까? 말씀드린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남편도 나도 가족이 주는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마음을 나누면 이길 힘이 생기겠지? 한없이 나약해진 마음을 또다시 붙들어본다.


우리 부부는 깊은 고민 끝에 시어머니께 남편의 상황을 알리기로 했다. 그리고 친정부모님께는 당분간 비밀로 하기로 했다. 친정 엄마는 지병을 많이 앓고 계시고  또 이 소식까지 전해 들으시면 밤잠을 설치며 힘들어하실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남편이 어머님께 현재 상황을 말씀드렸다.

예상했던 대로 많이 놀라시고, 한숨과 걱정이 늘어나셨다.

"내가 아들한테 신장을 줄 수 있으면 주고 싶다."

"어머님~! 어머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해당이 안 된대요!

그런데 어머니!! 가장 중요한 건  어머니의 기도가 필요해요! 기도 좀 해주세요~

그리고 제 신장이 남편한테 꼭 맞아서 수술도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난 어머님께 확신에 차서 말은 했지만, 내면에선 '진짜 그렇게 될까?'라며 메아리쳐 돌아왔다.

또다시 파고드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렸다.

우리의 미래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오직 하늘에 계신 분만...




남편의 신장이 나빠지면서 아주버님은 동생을 위해 신장을 기증해 주고 싶다고 매번 말씀하셨다. 그때마다 참 감사했다. 남편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깊은 마음을 전해주셨으니 말이다. 또 형님한테도 미리 허락을 받았다고 늘 이야기했었다. 본인이 살이 많이 쪘으니 동생에게 건강한 신장을 주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씀을 하실 때마다 그 말 한마디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나 홀로 가지 않고 누군가 함께 갈 수 있는 길이라는 위안....


우리 부부는 검사를 하기로 결정을 하고, 이 소식을 아주버님게 전했다.

"아주버님! 오랜만이요~ 잘 지냈죠?

저번에 병원에 가서 이식 상담을 받았어요.

이제 아주버님 하고 저하고 기증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할 것 같아요."

"네~그렇지 않아도 동생한테 들었어요. 제수씨! 미안한데요. 제가 신장 기증 검사를 할 수 없게 됐어요.

 제수씨한테 미리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차마 이야기를 못했어요."

"네? 왜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생각지도 못한 아주버님의 대답에 머릿속에 하얘졌다.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사실 제가 얼마 전에 당뇨 초기 판정을 받았어요. 당뇨가 있는 사람은 신장 기증 검사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네??? 네... 그렇군요...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저  혼자라도 검사를 받아봐야죠..."


절망적이었던 그날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집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잎마저 슬픔에 감싼 듯...

얼마동안을 그렇게 울었을까...

그렇게 울고 다니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다. 남편의 유일한 신장 기증자인 내가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다.

나약하지 말자. 혼자라고 절망하지 말자.

다섯 아이를 키우며, 또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를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내면의 힘'이었다. 

엄마답게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나라는 '희망'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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