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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Aug 20. 2024

좀비 인간

마음치료를 받다.

원 후, 나는 매일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기쁨과 매 끼니마다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는 어머니로 인해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다만 통증만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역시 통증 얘기를 꺼내기가 지긋지긋하지만 그때 당시를 떠올려보면  통증으로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다.

이상하게도 퇴원 이후에도 약을 먹어도 통증은 지속됐고 더 심해졌다. 답답한 마음에 간호사실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수술한 지 10일이 훌쩍 지났는데  아직도 이렇게 아픈 게 맞는 건지,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돌아오는 답변은 진통제를 추가해서 먹는 방법과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가까운 병원내원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열이 나면  응급실에  것.


뱃속 깊은 통증은  마음까지 병들게 만들었다.

나는 똑바로 누워서 잘 수가 없었고, 옆으로 누워서도 잘 수 없었다. 그저 등받이 쿠션을 대고 비스듬히 누워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것도 자세를 바꾸어줘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만삭의 임산부처앉았다 일어서는 것도, 걷는 것도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거란 믿음은 불신으로 바뀌었다.

걸을 때는 통증으로 인해  몸이 앞으로 쏠려 구부정한 모습으로 다녔다. 잔뜩 찌푸린 미간에 웃음기 없는 퀭한 얼굴, 몸을 숙이며 다니는 내 모습이  좀비 인간 같았다.

수술 후 1달에서 한 달 반정도면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집에서 가까운 내과에 내원했다.

"선생님! 제가 신장 기증  수술을 했는데요~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왔어요.

왼쪽 신장 떼어낸 곳이  아파서요"

"이곳요?"

"네~윽! 그곳 맞아요"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레 아픈 부위를 살펴보더니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

"초음파상으로는 크게 문제없습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그런데 왜 그렇게 아픈지 모르겠어요."

나이가 지긋하셨던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 결과

큰 문제가 없으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며  말씀을 셨다.

"신장 기증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시네요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

아내가 남편에게 신장 기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나의 말에 의사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을 하셨다.


복도에 걸린 의사 선생님의 약력에  떠올랐다.

대형 병원 베스트 친절 의사상

선생님은 대기 환자가 많았음에도 꼼꼼한

하게 진료를 봐주셨고, 나에게 따뜻한  말씀을 건네셨다.

이곳은 단순히 사람의 '몸'을 치료해 주는  공간만이 아닌 '마음'까지 치료해 주는 곳이 아닐까?

사람 냄새와 온기가 느껴졌다.


"대단합니다."

'대단한 일은 한 거라고요?'

"복 받을 겁니다."

' 복을 받는다구요?'


선생님의 따뜻한 말씀은 당시 심적으로 힘들었던 나에게 힘이 되었다.

아직도 그분의 그 말씀이 귓가에 선명히 남아 있다.


'말'은 또 다른 '치료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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