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섯맘 Aug 06. 2024

슬기로운 입원 생활 3

퇴원 전 날


병원 생활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때마다 돌아오는 식사 시간 아닐까?

내가 입원했던 병원은 매 끼니마다 일반식과 선택식이 있어 먹고 싶은 식사를 고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평소에 한식을 좋아하는 나는 주로 일반식을 선택해서 먹었다.

그런데 저녁 식사 선택식에 돈가스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무엇을 먹을까 고민이 깊어졌다.

나는 퇴원 전 기념으로 나를 위한 특별한 음식을 선물해 주고자 '돈가스'를 선택했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한 덩이의 돈가스가 나왔고 부먹보다는 찍먹을 선호하는 나를 위하듯, 돈가스 소스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느끼함을 잡아주는 샐러드와 단무지까지...


돈가스 한 점, 두 점 그렇게 밥과 함께 먹다 보니 깊은 곳에서부터 느끼함이 올라왔다.  내 위는 국과 반찬을 찾고 있었다. 단무지를 먹어보지만 단무지로 속이 달래 지지 않았다.

문득 어머님이 간병하는 언니를 위해 보내주셨던 김치가 생각이 났다.

'그래, 이왕 먹는 거 맛있게 먹자.'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배추김치를 처음으로 열었다. 그리고 접시 위에 살포시 김치 몇 조각을 올려놓았다.

매콤한 배추김치가 돈가스의 느끼함을 없애줄 무렵, 빙 둘러싸여 있던 커튼이 움직였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회진차 오신 것이다.

선생님은 내일 퇴원해도 된다는 말씀과 동시에 그의 시선이 김치를 향했다.

김치를 보고 나를 바라보는 의사 선생님의 눈빛이 차갑다 못해 매섭게 느껴졌다.

'어? 내가 잘못한 건가? 돈가스가 너무 느끼해서 김치 몇 조각 꺼냈을 뿐인데...'

순간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나는 마치  죄인이 듯했다.

배추김치 먹은 죄인...

그때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 나한테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선생님의 매서웠던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난 억울한 마음이 조금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 해명을 좀 해볼까?

몇 초간 내적 갈등이 있었지만 나는 얼굴이 벌게진 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의사 선생님 말씀만 듣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떠난 뒤, 그렇게 나는 밥상 위에 쓸쓸하게 남겨진 김치 몇 조각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선물 같았던 저녁 식사는 씁쓸한 식사로 바뀌었다.

그때는 의사 선생님께 섭섭한 마음이 컸지만, 되돌아보니 선생님의 그 눈빛이 이해가 된다.

의료진이 퇴원 전, 퇴원 후 정기검진에도 당부했던 말이 있다.

물 많이 마시기, 저염식 하기, 저단백 하기.


지금껏 나는 잘 지키고 있는가?




저녁 식사가 끝난 후  나는 어김없이 남편을 만나러 갔다. 남편의 컨디션도 점차 좋아졌고, 남편의 안색 또한 밝아졌다. 남편은 내가 퇴원한 이후에도 일주일정도 더 입원을 해야 했다. 먼저 퇴원하는 나를 남편은 부러워했고, 나는 남편을 두고  퇴원하려 하니 마음이 쓰였다.

"여보! 내가 퇴원하더라도 씩씩하게 병원 생활 잘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해! 알았지?

퇴원하기 전날인데 우리 기념사진 남겨야 하지 않을까?"

남편과 나는 마치 커플룩과도 같은 병원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훗날, 생생했던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찰칵'

셀카로는 아쉬워 지나가는 간호사님께 사진 한 컷을 부탁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했지만, 남편과 나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여보~! 이제 나 내려갈게."

"그래~ 내일 퇴원할 때 갈게! 잘 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복도에 걸어가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당신이 복도에 걸어가는 것 보여!"

"그래? 어디? 나는 당신 잘 안 보이는데?"

"응~그래! 그쪽에 서 있어 봐~ 그리고 위쪽을 보면 내가 보일 거야!"

"진짜! 그렇네?"

고개를 들어보니 남편이 보였다. 나는 남편을 보자마자 반가운 나머지 손을 흔들었다. 우리가 헤어진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반갑다.

"거기 서있어 봐~ 내가 사진 찍어줄게! "

"알았어!"

'찰칵'

높은 층에서 나를 발견한  남편은 퇴원 전날 저녁, 그렇게 의미 있는 사진 한 장을 찍어주었다.


이제 다음날이면 퇴원을 한다.

환자가 아닌 '엄마'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없는 빈자리에 오 남매는 어떻게 보내고 있었는지...




1호! 2호! 3호! 4호! 5호!


 엄마가 이젠 너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게!




이전 11화 슬기로운 입원 생활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