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내년도 농촌 유학생을 모집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기존 유학생은 농촌유학을 종료할지 연장할지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달이기도 하다. 올해 초, 우리 가정은 6개월 단기유학을 계획하고 강진에 왔지만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마음을 바꾸었다. 1학기만 지내고 도시로 가기에는 너무나 짧은 기간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과 강진에서 사계절을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우리 가정은 이곳에서 1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계절을 경험해 보니 1년의 시간도 짧게 느껴진다.
농촌 유학은 6개월~1년을 보내게 되는 단기유학과 3년 이상의 장기유학이 있다. 팽나무 학교에는 농촌 유학을 온 여러 가정이 있는데 우리 가정만 단기 유학이고 다른 가정들은 장기유학을 선택해서 왔다.
"우와~3년을 계획해서 내려오셨다고요? 3년은 너무 길지 않나요?"
"1년 있다 올라가기엔 짧은 것 같고 그래도 3년은 지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서울, 충남, 광주 등 여러 지역에서 농촌 유학을 온 가정들은 이곳에 오게 된 계기도 다양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강진에 왔지만 농촌유학이라는 공통점은 분명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연과 벗 삼아 크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삼 남매는 학교에 가는 것을 즐겨했다. 다양한 특색활동및 체험 활동은 아이들에게 늘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지루할 틈이 없다는 말이 맞을까?
우리 집은 학교 앞에 위치하고 있어 가끔씩 문을 열어 학교 운동장을 보면 중간놀이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려보면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기억된다. 또 아이들이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보드를 타는 모습을 보면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아이들만의 세상이다.
고민했던 그날이 다가왔다.
[25년 유학 연장자 신청을 받을 시기가 왔습니다. 유학 연장을 희망하시는 학부모님께서는 연장희망, 연장을 원하시지 않으시면 연장비희망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기유학을 희망했던 가정들은 큰 망설임 없이 동일한 답변들을 이어내려갔다.
연장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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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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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정은 어찌해야 할까? 2학기부터 시작된 깊은 고민은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삼 남매도 이곳에 더 있기를 원했고 나의 마음도 동일했다. 오 남매가 이곳에 모두 내려왔더라면 큰 고민 없이 유학 연장 신청을 했겠지만, 이산가족의 현실은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아이들은 생각하면 올라가야 하는 게 맞는데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다.
학교에 답변을 줘야 하는 날짜가 다가왔다. 우리 가족은 다시 한번 가족회의를 했고 삼 남매와 나는 이곳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 큰 아이들은 서울에 올라와야만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좀처럼 한 마음이 되지 않았던 가족들의 의견은 "엄마가 이곳에서 조금만 더 쉬었다가 올라가도 될까?"라는 솔직한 진심에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작년에 우리 부부는 수술을 했었고 힘들어했던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쉼'이 필요하다는 나의 말에 아이들은 선뜻 수락해 주었다. 분명 서울에 있는 아이들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데... 아이들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결국 우리 가정은 한 학기를 연장해서 이곳에 있기로 했다.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만큼 이곳은 아이들이 지내기에 아니 어른인 나도 더 머무르고 싶은 곳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