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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8시간전

학교에서 고구마, 마시멜로 구워 먹던 날

토요학교(달리기 up)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남편도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강진에 내려왔고 온 가족이 함께  토요학교에 참여할 수 있었 때문이다.


"엄마! 토요 학교 시간에 불을 피워보는 활동을 한대요! 저번에 학교에서 불을 피웠을 때는 성공했어요! 그런데 나무 막대로 불을 피워야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어요. 연기는 나는데 불씨를 살리는 게 어려웠어요." 삼 남매는 선생님과 원시 시대 방법대로 불을 피워보는 활동을 했고 성공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늘도 체험을 해본다고 했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학교 행사에 참여하니 감회가 새롭다. 잃어버린 반쪽을 되찾은 느낌이랄까? 우리 부부가 함께 학교 행사에 참여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아득하다. 가족이  떨어져 지내다 보니 그리운 마음도 크지만, 이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서 만나는 날이면  반가움이 앞선다. 가족이라는 끈끈한 연결고리는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을 뛰어넘는다. 오랜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난 것처럼.

 

문득 지난봄이 떠올랐다. 입학식 전날 우리는 삼 남매를 차에 태우고 트렁크와 좌석에 차고 넘치는 짐을 가득 싣고 강진에 이사를 했다. 지금의 날씨처럼 추웠던 날이었다. 날씨는 생각보다 추웠다. 분명 따뜻한 남쪽 나라라고 했는데 겨울이라는 계절은 비켜갈 수 없었나 보다. 아침의 찬 공기 그때 느꼈던 첫 느낌, 낯설고도 차가웠던 기억 떠오게 만들었다.


남편은 팽나무 학교에서 열렸던 운동회를 마지막으로 학교행사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날은 더더욱 의미 있었던 날이었다. 아이들은 토요학교 첫 시간에  구석기, 신석기시대에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고 야외로 나가서 나무로 만든 체험 키트를 이용해  불을 피워보는 활동을 했다.

삼 남매의 목소리가 들떴다.

"아빠! 이렇게 막대를 잘 돌려야 해요. 쉬지 않고요." 힘이 중요한 건지, 요령이 중요한 건지, 인내심이 중요한 건지... 쉬지 않고 아이들과 나무 막대를 비비던 남편은 처음에는 의욕이 앞선 듯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색이 역력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였다. 한 명이 나무 막대를 비비면 다른 한 명은 틀을 잡아주고 모두들 협력하여 불을 피우는데 열중했다.

 "와~ 연기가 난다!" "조금만 더 돌리면 될 것 같아요!"


"연기 난다. 00아! 얼른 휴지 가져와봐!"

 쌍둥이는 연기가 나는 쪽으로 얼른 휴지를 가져갔지만 불씨는 살아나지 않았다. 다른 팀 역시 나무판 위에  조금씩 연기  불씨 나올 듯 말 듯 아이들과 숨바꼭질하는 것 마냥 애들 태웠다.

다른 팀도 불을 피우고자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불을 피우지 못했으면 어떠랴? 아이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팀들과 노력했고, 그 과정도 소중했음을 아이들이 잊지 않기를 다.


다음 순서는 아이들이  물에 젖은 종이와  포일로 고구마를   화로에  넣어보는 활동이었다.

학부선생님은 고구마를 불길 속에 조심스레 넣어 주었다. 그리고 고구마가 익는 동안 아이들은 화석 발굴 키드를 이용해 화석을 발굴해 다. 아이들은 원하는 화석을 고르는 재미, 도구를 이용해 발굴하는 재미를 느는 것 같다.

마음이 성급했던 어떤 아이는 바닥에 네모난 덩어리를 깨트리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제각각 다른 모양의 화석을 발굴하며 석을 찾듯 섬세한 작업을 이어갔다.


아이들 배가 출출해질 무렵, 화로에 넣은 군고구마 익은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건네주신 군고구마를 '호호'불며 맛있게 먹었다. 검댕이가 묻으면 어찌하랴? 이런 게 시골의 맛이지.


다음은 아이들이 직접 마시멜로와 소시지를 구워서 먹었다. 화로의 불길도 마시멜로의 달콤함을 알아차렸다.   마시멜로를 까맣게 태워버리는 것을 보면.


그날은 활동하는 재미도 컸지만 먹는 재미도 컸던 날이었다. 선생님들이 손수 준비하신 어묵탕은 겨울철 날씨와 어울리는 별미였다. 군고구마, 마시멜로와 소지지, 어묵탕까지 먹었던 아이들의 배가 가득 차올랐다.

활활 타오르는 화로를 바라보고 있노라 팽나무 학교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준비하신 선생님들의  정성이 느껴졌다. 이런 체험활동 또한 시골학교에만 해볼 수 있는 경 아닐까?






"엄마! 우리 학교에 닌텐도가 들어왔어요!"

"진짜?"

"엄마! 또 학교에 코인 노래방도 생겼어요!"

"오~ 너희들 정말 좋겠다. 학교에 닌텐도도 있고, 노래방도 있다니 정말 놀라운데? 그런데 어떡... 너희들 서울 올라갈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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