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나타나는 반원 모양의 일곱 빛깔의 줄. 흔히 비가 그친 뒤 태양의 반대쪽에서 나타난다. 네이버 어학사전에 나온 무지개의 뜻이다. 과학에 무지한 나는 그저 무지개가 신비로울 뿐이다.
지난가을, 아이들과 나는 광주 할머니댁에 가던 중이었다. 강진에서 영암을 지나 나주를 향하고 있을 때 누렇게 익은 황금 들판이 눈앞에 펼쳐졌다.
"엄마! 저기 무지개가 보여요!"
"와~ 무지개가 하늘에 떴네? 들판 위에무지개가 보이니깐 정말 신기하다. "
"맞아요~ 저도 오랜만에 무지개 봐요!"
"이렇게 큰 무지개는 처음 봐요!"
"정말 커다랗고 아름답다."
"그런데 얘들아~ 무지개 끝은 어디일까?"
"저기 산 뒤쪽으로 가면 그곳이 무지개 끝일 것 같아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했다.
"그래? 그럼 엄마가 무지개를 쫓아가볼게."
커다란 무지개를 만난 우리는 설렘으로 마음이 일렁였다.
아이들과 한참 동안 무지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차가 멈춰 서자 아이들은 핸드폰으로 무지개를 찍기 시작했다.
"엄마! 저기 좀 봐요! 진짜 멋있어요!"
"맞아~엄마도 무지개를 보면서 운전하니 기분이 너무 좋은데?"
"얘들아~ 우리 출발해 볼까?"
"와~좋아요!"
" 출~발!"
아이들의 환호성은 무지개의 끝을 찾고 말 거라는 결의가 가득한 찬 목소리였다.
하지만 저기 저 산을 지나면 무지개의 끝이 보일 거라고 확신했던 아이들의 생각과 달리 무지개는 끝날 듯 말 듯 계속 이어졌다. 도시에서는 건물사이에 떠있던 무지개를 보았다면 이곳에서 만난 무지개는 시야가 확 트여있어 그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어 좋았다.
목적지에 가까워질 무렵, 잡힐 듯 말 듯했던 무지개는저 멀리 사라져 버졌다. 아이들의 기대와 희망으로 버무려졌던 무지개 여행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무지개를 주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삼 남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우리 앞에 뽐을 내듯눈앞에펼쳐졌던 무지개는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더해주었다.
"무지개를 다리처럼 건넌다면 기분이 어떨까?"
"신기할 것 같아요."
"무지개에서 미끄럼틀 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엄마는 무지개 위에 올라가서 구름을 잡을 거야. 구름으로 눈싸움해야지. 하하하!!!"
구름을 잡을 거라는 나의 말에 아이들 마음도 두둥실 하늘에 떠있는 듯했다.
"무지개가 사탕처럼 만들어져 있으면 달콤한 향과 맛이 나서 좋을 것 같아요."
"우와~무지개를 건넜는데 과자나라가 있다면 진짜 좋겠다."
우리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이야기하듯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무지개를 건넌다면, 그 너머엔 분명 아름다운 곳이 있으리라.
무지개는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나 또한 아이들과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말이다.
신년이 되었다. 나는 무겁고도 슬픈 마음으로 신년을 맞이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지역에서 일어난 사고 소식을 듣고, 깊은 마음으로 애도하며 미약하기만 한 글을 써 내려갈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나 역시 슬픔에 잠겨있었다. 감히 가족을 잃은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애도하는 마음으로 한 주간 글을 올리지 못한다는 말도 용기가 없어서 써 내려가질 못했다. 그저 나만의 고요한 공간인 이불속에 숨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주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무안공항 쪽으로 열렸다던 수직 무지개 소식을 접했다. '유족들을 위로하듯 뜬 무지개'라는 글과 함께 '아름답고도 슬픈 무지개'였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