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동안 팽나무 학교 아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했던 뮤지컬을 발표할 날이 다가왔다. 아이들이 서게 되는 첫 번째 무대는 교육지원청이 주최하는 글로컬 교육뮤지컬이었다.
지난여름, 삼남매는 여름방학이 시작한 날부터 매일 돌봄 교실을 가며 다양한 특색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수업은 뮤지컬 수업이었다. '다릿골 이야기'라는 제목의 뮤지컬은 지역특색에 걸맞은 옛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1800년대 작천면 교동마을에 출몰한 호랑이들로 인해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 나선 원님과 마을 사람들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였다.
"엄마~! 여름방학을 했는데 여름방학 같지 않아요! 매일 학교를 가잖아요!" 방학을 했지만아이들은 매일 돌봄 교실을 갔다. 4호의 볼멘소리도 이해가 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팽나무 학교에서의 여름방학은 무척 분주했다. 뮤지컬 수업 시간에는 뮤지컬 전문 선생님들이 오셔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21명의 전교생을 지도해 주었다.
어느 날,아이들이 뮤지컬 수업을 다녀온 후에 맡은 배역을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 저는 포졸을 맡았어요."
"저도요."
쌍둥이답게 똑같은 배역을 맡았다.
"저는 원님이에요."
우리 집 3호는 원하는 배역이 아닌 다른 배역을 맡았다고 아쉬워했지만 이내 맡은 배역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연습하는 눈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매일 뮤지컬 연습을 하다 보니 수업시간에 배운 노래가 익숙해진 것 같다. 삼 남매는 가끔 집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호랑이~ 우리는 호랑이~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해서도 아이들은 열심히 뮤지컬 연습을 했다. 그런데 우리 집 4호는 무대에 서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엄마! 저 무대에 올라가는 게 떨려요~"
"진짜? 00 이는 떨지 않고 담담하게 잘할 것 같은데?걱정하지마! 뮤지컬 발표하려면 멀었잖아. 10월 말에 발표한대."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없었던 4호는 꽤나 긴장을 한 눈치다. 다행히 4호는 앞으로 연습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나의 말에 안심을 했다.
"엄마! 저 이제 무대에 올라가도 안 떨릴 것 같아요! 연습 많이 했거든요."
"오~정말 다행이다."
아이는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때마침 학교에서도 안내장이 왔다.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 기간 중에 글로컬 교육 뮤지컬 한마당이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면단위의 여러 학교와 경남, 경북 ,그리고 호찌민 등 여러 학교들가뮤지컬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그야말로 뮤지컬 축제였다.
뮤지컬 발표날 아침, 아이들과 나는 무척 분주했다. 아이들은 갈대축제장으로 현장체험을 가는 날이자 뮤지컬을 발표하는 날이었고, 나 역시 오전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해설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학교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삼남매와 나는 서로 다른 긴장감을 가지고 축제현장을 찾았다.
드디어 팽나무 학교 아이들의 무대 시간이 다가왔다. 저쪽에서 포졸 분장과 포졸의상을 입은 귀여운 아이 두 명이 지나갔다. 우리 집 4,5호다. 그 뒤에 3호인 원님도 지나가고 또 팽나무 학교 아이들도 줄을 서서 지나갔다.
엄마를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각보다 여유로워 보여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삼 남매는 큰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없었다. 나는아이들이 맡은 배역을 잘 소화해 낼지 긴장되는 마음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팽나무 학교 아이들이 음악에 맞추어 우리는 호랑이~를 부르는 모습이 당차 보였다. 또 고학년의 아이들의 옆 돌리기는 진짜 무대가 시작됨을 알려주는 것처럼 웅장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이들은 제 역할을 잘 해냈다.
마지막 무대인사까지....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지켜보았던 내 모습이 무색하리만큼 아이들은 큰 실수 없이 멋있게 무대를 마쳤다.
"와~~~~." 관중들도 큰 함성과 함께 아이들을 응원하는 박수를 쳐주었다. 뒤이어 면단위의 다른 학교들 역시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홀가분해 보였다. 또 아이들 미소 너머로 잘 해냈다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한 이후 아이들의 내면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그동안 아이들은 뮤지컬 공연을 위해 매일 열심히 연습을 했고 그 과정에서 협력의힘뿐만 아니라 인내심과 끈기, 자신감을 배웠을 것이다. 아이들이 흘렸던 땀과 열정, 그리고 길었던 준비 과정, 뮤지컬 발표까지 모두 잘했다고 힘차게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