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구 4만 5천 명이 사는 조용한 Dubbo에서 맥콰이어리 강둑을 따라 석양산책을 하고 있었지요. 사람이 없는 한적한 산책길로 들어서서 반 시간쯤 걸었을 때, 태풍에 부러졌는지 두 번이나 90도로 꺾였지만 다시 몸을 뒤틀어서 하늘을 향해 꿋꿋하게 자라고 있는 검추리 한 그루를 보았답니다. 꺾기고 또 꺾여도 죽지 않고 살아내는 놀라운 정신이 놀라워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냈지요.
"친구 잘 지내고 있남?
난 6개월 만에 브리즈번을 벗어나 시골에 와서 일하고 있는데 어제 일 끝내고 산책 나갔다가 이 나무를 보고 사진 찍었어. 뭔가 강한 정신이 느껴지더라고."
"헉, 뭐야.
세상에~
저 상태에서 어디에서 저런 생명력이 나오지?
보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워 이렇게 힘든데, 아랑곳 않고 힘차게 생명을 끌어올리고 있네?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운 나무가 아름드리로 커나가는 놀라운 모습이구나.
저 나무를 보며 생명의 의지력을 내적으로 더 키워야겠다.
좋은 영감을 주는 것 같아. 고마워!
요즘 좋은 소식이라곤 하나도 없고 나라가 온통 우울증에 걸려있는데, 저 나무가 희망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구나!
오늘도 힘내고 화이팅해라."
친구는 6년 전부터 신장 투석을 일주일에 3번씩 하면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내가 36년 전 호주에 올 때 ROTC 출신 장교로 군복무를 하면서 모아두었던 몇 달 월급을 공항에서 내 손에 쥐어주었던 고마운 친구랍니다.
몸이 불편하지만 내가 한국에 갈 때마다 아내와 함께 공항에 마중 나오고 올 땐 배웅도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인데, 내가 보내준 이 나무를 보고 생명의 의지력을 더 키워야겠다고 하면서, 홍수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온통 흉흉한 소식만 전해져 온 나라가 우울증에 걸려있는데 이 나무가 온몸으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친구의 답글을 읽고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다시 한번 이 나무를 보러 가서 죽지 않고 이렇게 잘 살아줘서 참 고맙다고 말해주었답니다.
사는 게 힘들지요?
당신도 이 유칼립투스 나무를 보고 다시 한번 생명의 의지력을 더 키워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기지 않는 마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