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퀸스랜드 문학회 모임 후 집으로 향하던 길에 손님으로 참석했던 친구의 말이다. 이 날은 문학회 창립 18년째 되는 날로 회원 18명 전원이 참석한 뜻깊은 모임이었다.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이 생각난다고 하면서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잃어버릴 때에 우리의 영혼은 주름진다"는 구절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집에 와서 사무엘 울만의 시 "Youth"를 영문으로 읽어보았다. 독일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나 11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사무엘 울만의 이 시는 맥아더장군이 그의 집무실에 걸어놓고 암송하면서 연설에서도 자주 인용하여 유명해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그저 늙는 것이 아니다.
꿈을 꾸는 걸 포기할 때 우리는 늙는 것이다.
안락한 삶에 만족하고 모험을 할 용기를 버릴 때 우리는 늙는다.
영혼의 안테나를 펼쳐 자연과 사람들로부터 발산되는 아름다움과 희망과 에너지를 수신하는 한 우리는 청춘으로 살 수 있다.
20살의 나이에도 영혼의 안테나가 접히고 삶에 대해 냉소적이고 부정적이 될 때 그는 이미 늙어버린 것이고, 80살의 나이에도 영혼의 안테나가 펼쳐져있다면 그는 죽는 순간까지 청춘으로 살 것이다."
지난 18년 동안 퀸스랜드 문학회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문학이란 본질을 따지기에 앞서 회원들 간의 친교를 우선시하는 모임으로 자리 잡아갔다. 이 모임은 문학에 뛰어난 누구를 따르는 것도, 누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아니라 각자가 동등한 주체가 되어 문학회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호칭도 한국문화에서 친숙한 선생님이니 작가님이니 선배님이니 하는 수직적인 명칭 대신에 평등하게 '님'자만을 붙여 서로를 부른다. 그리고 권력이나 배제가 자리잡지 못하게 한 명의 유명인을 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18명이 돌아가며 1년씩 회장을 맡고 있다. 매월 한 번씩 자원하는 회원의 집에 모여 3명씩 돌아가면서 글을 발표하는데, 자신의 생활 속에서 발굴한 최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시와 수필과 소설의 형식으로 글을 지어서 나누며 감상평을 한다. 작품을 나눌 때도 지은이가 먼저 낭독하고 회원들이 모두 돌아가며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말하고 지은이의 최종 발언으로 끝남으로써 모두가 대화에 공평하게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독특한 형식의 문학회 모임은 각각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갖고 있지만 모두 호주란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창조해가고 있는 이민자로서의 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허세로 치장되지 않은 깔끔한 글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기도 하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삶에 유익한 정보들을 서로 주고받기도 하고 가정의 대소사를 서로 챙겨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친밀성을 높여가고 있다. 그런데 자칫하면 모임을 분열시킬 수 있는 개인적인 종교적 정치적 이념이나 신념을 언급하는 것은 서로 자제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사람과 자연으로부터 전해오는 아름다움, 생명, 사랑, 격려, 희망, 꿈들을 나누면서 보다 더 생동감 있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자극하는 모임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가족과 친척이 중심이 되어 친밀성을 구성하는 시대가 끝난 이때, 문학이란 환상을 매개로 모인 50세부터 83세까지의 젊은 청춘 18명이 퀸스랜드 문학회를 통해서 회원들 간에 그런 친밀성을 구성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물어본다. 그리고 18세의 청춘으로 성장한 퀸스랜드 문학회가 앞으로 80세가 될 때까지도 청춘의 열정이 식지 않고 계속되길 기대하면서 사무엘 울만이 78세에 썼다는 '청춘'을 다시 한번 조용히 읊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