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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Apr 07. 2021

심장에 남는 사람

금강산에서 만난 사람

심장에 남는 사람
                             
"오랜 세월을 같이 있어도
기억 속에 없는 이 있고,
잠깐 만나도 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금강산 관광을 하고 온 지가 어느덧 1년 반이 되었는데 나는 오늘도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러면 어느새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그 비경이 너무나도 황홀했던 상팔담에서 팔선녀의 노래를 불러주고, 지팡이를 짚고 위험스럽게 가파른 계곡을 내려오는 반백의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던 금강산 해설원 처자의 얼굴.  미인은 아니었지만 목소리가 곱고 청순한 시골 처녀의 얼굴을 한 그녀의 금강산 이야기들은 우리의 관광을 몇 배나 재미있고 맛깔나게 만들어 주었었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서 계곡을 내려올 때 노래 하나 가르쳐 달라던 나의 요청에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불러주던 그 이름도 친근한 배은심 처자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금강산에서 하룻밤 숙박했던 고성항 숙소 식당에서 우리를 친절히 맞아주던 봉사원 처자의 얼굴. 저녁을 먹을 때 내가 산채 비빔밥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다음날 아침 식사를 산채 비빔밥으로 특별히 준비해 주던 수줍은 미소의 봉사원 처자의 얼굴이 이어서 떠오른다. 특별 비빔밥 호의가 고마워 식사 후 식당 밖에서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하여 다른 직원들 몰래 팁을 살짝 손에 쥐어주었었다. 그리고 숙소를 떠나올 때 멀리 식당에서 일하다 고개를 돌려 나에게 미소로 잘 가라 인사를 건네던 강현희 처자의 얼굴이 살며시 떠오른다.


마지막 또 한 사람, 꿈같은 금강산 관광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던 길에 원산에 있는 동명려관에서 하룻밤 묶을 때, 저녁 식사 후 여관 내에 있는 찻집에서 차 한잔 시켜 놓고 가라오케 반주에 맞춰 '반갑습니다 동포 여러분~'노래를 함께 불렀던 스무 살 봉사원 처자의 얼굴. 차도 잘 대접해 주고 같이 노래도 여러 곡 함께 불러 주어 고마운 마음에 찻집을 떠날 때 팁을 조금 주었더니 한사코 손사례를 치며 거절해서 억지로 손에 쥐어 주고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 후 동명려관을 출발해서 평양을 향해 달리는데 누군가 동명려관에서 차를 쫓아 뛰어오면서 차를 세우라 손짓을 하였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우리가 여관에 뭘 두고 나왔나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찻집에서 만났던 봉사원 처자가 헉헉 거리며 뛰어와 에스프레소 네 잔을 우리에게 건넨다. 어젯밤 쥐어준 팁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라도 표하려는 것일까? 예상치 못한 호의에 우리 모두는 감동했고 에스프레소 커피를 받아 들고선 "고맙다" "꼭 다시 보자"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던 그 이름도 생생한 김현아 처자의 얼굴이 마지막으로 떠오른다.


특별한 행운이었을까? 동포의 애틋한 정일까? 한편으론 반갑고 한편으론 안타깝던 북녘 땅 동포들과의 짧은 만남이 이렇게 내 가슴속에 깊이 남게 될 줄이야.

'심장에 남는 사람", 1989년 상연된 조선영화의 제목이면서 주제가였던 이 노래가 금강산의 비경과 함께 내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나는 오늘도 인적이 드문 산책길에서나 혹은 혼자 운전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반복해서 부른다.

"인생의 길에 상봉과 리별
그 얼마나 많으랴.
헤어진데헤어진데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아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

오랜 세월을 함께 있어도
기억 속에 없는 이 있고,
잠깐 만나도 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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