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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Dec 08. 2021

험프 데이(Hump Day) 수요일

Together in love forever

수요일은 한주일 중간에 불쑥 튀어나온 날이라고 해서 험프 데이(Hump Day)라고 부르지요.

일주일이 반환점을 돌아서 주말을 향해 가는 날이어서 인지 사람들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가게들도 장사가 되는 날입니다. 사실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주머니에 있기 때문이겠지요. 일한 사람은 주급을 타고 실업자나 노인들도 수당을 타는 날이거든요.


호주는 참 좋은 나라입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기본적 쇼핑을 할 수 있는 돈이 정기적으로 통장에 들어오기 때문에 모두가 최소한의 행복은 맛보며 살 수 있지요.

나도 예전에 아이들 키울 때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시절이었지만 정부로부터 양육비 보조를 받을 수 있어서 아이들이 큰 결핍 없이 자랄 수 있었답니다.

애들 3명이 다 고등학교를 마친 후부터는 더 이상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받은 게 많아 나라에 고마운 마음이 커서인지 내가 나이가 더 들어 연금을 탈 나이가 되어도 가능한 수당을 받지 않고 세금을 내면서 살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나에게 또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수요일 오후 험프 언덕을 넘어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시간에 특이한 젊은 커플이 내게로 다가왔지요. 깡마른 남자는 키가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데 통통한 여자는 남자의 옆구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아주 키가 작은 아가씨였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눈에는 하트가 뿅뿅 반짝이더군요.  참 이상하지요. 키 큰 사람은 키 작은 사람에게 끌리고 키 작은 사람은 키 큰 사람에게 끌리는 게 말이에요. 아마도 사람은 자기와 다른 뭔가를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리는 이상한 글씨도 이들 눈에는 이쁘게 보이나 봐요.


이 착한 커플이 꽂힌 그림은 로미오 줄리엣 그림에 'Together in love forever'라고 적어놓은 것이었습니다. 이 착하게 생긴 커플 이름을 이쁘게 그려주고 영원히 함께 사랑하라라고 써 주었더니 좋아서 돈을 투척하고 서로 뽀뽀하고 난리 났습니다 ㅎㅎ


이렇게 해서 오늘도 하루를 기분 좋게 마치고 집에 갑니다. 어제는 고기를 먹었으니 오늘은 달링에게 된장국을 끓여달라고 해서 고향 맛을 즐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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