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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Dec 11. 2022

호주에서 꿈동산 만들기

My dream land project

코비드-19 팬데믹이 나에게 준 큰 선물이 하나 있다. 브리즈번에서 서부 내륙으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컨츄리 타운인 킹가로이(Kingaroy)에 5에이커(6천평)의 땅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코비드-19 때문이다.


은퇴 후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 집을 짓고 작은 농장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오랫동안 꾸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7년 타즈마니아를 여행하다가 북쪽 도시인 론세스톤의 한 작은 강가 옆에 1 에이커 택지가 For sale로 나와있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다. 브리즈번에서 이런 Acreage(1천 평 이상 택지)는 백만장자나 살 수 있겠지만 이 땅은 가난한 나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었다. 곧바로 해당 부동산에 연락해 매매가를 18만 달러까지 흥정하였고, 가지고 있던 1천 달러를 걸고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신용카드 단기 융자로 5만 달러를 우선 받고 나머지는 은행융자를 어렵게 얻어 이 에이커리지 땅을 내 이름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3년 동안 열심히 융자금을 갚아가면서 어떤 집을 지을지, 농장엔 무슨 나무를 심을지 등의 생각으로 매일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2020년 3월 갑자기 코비드-19 록다운이 선포되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주정부들도 록다운을 선포해 타 주로의 여행이 전격적으로 금지되었고 심지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 집을 벗어나서도 안되었다. 또한 이 코로나 전염병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수 년동안 타즈마니아주를 자유롭게 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일도 이전처럼 자유롭게 여행하며 할 수 없게 됨으로 인해 당장 매달 은행 융자금을 갚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일단 내 드림랜드를 팔고 이 코로나 시기를 견뎌 보기로 결정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샀던 가격보다 손해만 보지 않고 땅을 팔 수 있기를 바랐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가격에 흥정이 되어 2020년 9월 7일에 25만 달러를 받고 땅을 넘겨주었다. 이렇게 해서 내 드림랜드는 허무하게 떠나보냈지만 그 3년이 헛되진 않았다. 3년 동안 땅값이 7만 달러가 올랐고,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신용카드 융자금인 5만 달러를 다 갚았으므로 인해, 땅을 사고팔면서 발생한 2만 달러의 경비를 다 빼고도 거금 10만 달러가 내 통장으로 입금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 코로나 록다운 규제가 조금씩 풀리면서 퀸스랜드 주 안에서는 여행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2020년 10월에 브리즈번에서 서부 내륙으로 230 킬로미터 떨어진 호주의 땅콩 수도로 불리는 킹가로이(Kingaroy)로 일하러 갔었다. 킹가로이는 해발 440 미터에 자리 잡은 인구가 1만 명 정도 되는 타운으로 비옥한 황토 흙에서 맛있는 땅콩이 잘 자라 호주의 땅콩 수도(peanut capital)로 불리는 곳이다. 또한 가까이에 포도 농장도 많고 세계 최대의 번야 소나무 군립지로 유명한 국립공원 Bunya Mountains가 있다. 일을 하던 중에 이곳이면 브리즈번 집에서 차로 다니면서 할라데이 농장을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무심코 부동산 사이트를 보다가 타운 안에 16만 달러에 나온 5에이커(6천평) 땅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땅을 직접 보러 갔다. Rural residential로 지정된 에이커리지 택지인데 그 땅 중앙에 집을 짓고 과실수를 심으면 멋진 농장이 되어 은퇴 후 수입도 발생할 수도 있고 또 할 일도 생겨 좋겠다는 생각에 그 땅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 5에이커나 되는 넓은 땅을 우리 부부 둘이서 감당하기엔 힘이 부칠 것 같고, 또 같이 일하며 꿈을 함께 만들어 갈 사람이 있다면 더 즐겁고 좋을 것 같아 문학회 회원인 한 부부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을 했다. 언젠가 한 모임에서 내가 텃밭 공동체 아이디어를 내어 대화를 하던 중 "꽃과 식물을 기르는 밭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물만 먹고살아도 행복할 것 같다"라고 말했던 나와 동갑내기 문학회 회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청소 일을 하면서 사는 이 부부도 우리와 비슷한 꿈을 꾸고 있었으므로 갑작스러운 우리 제안이었지만 곧바로 달려와 이 땅을 보고 기쁘게 동참하기로 했다. 남편들은 이 땅을 부인들 이름으로 사서(법적으로 'Tenants in common'로 등기) 공동으로 관리하기로 하고 땅 대금은 내가 몇 달 전 타즈마니아 땅을 팔아 마련해 둔 10만 달러와 부족한 돈은 다시 내 신용카드로 단기 융자를 받고 신용카드 이자와 원금은 함께 하기로 한 부부가 갚기로 하여 2020년 11월 15일에 계약서에 서명하고 12월 22일에 소유권 등기를 넘겨받았다. 택지 매매가 $150,000에 양도세(stamp duty) $3,675와 등기 이전비 $390 그리고 변호사비와 기타 조회비용으로 $1,857가 들어 총 구입비용으로 $155,922가 소요되었다. 그리고 친구부부는 열심히 일을 해서 1년 만에 빌렸던 단기 융자금을 모두 갚아서 우리는 은행 빚이 한 푼도 없는 드림랜드를 온전히 소유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땅을 꿈동산이라고 이름 짓고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농장에 가서 꿈을 심었다. 처음엔 위험했던 사고도 있었다. 매실나무를 심기 위해 농장 바닥에 줄을 대고 스프레이로 선을 표시하다가 농장에 하나 있던 철봉대에 얼굴을 세게 부딪혀서 코뼈와 목을 다쳐 응급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울타리를 따라 매실나무 100그루를 심었고, 감나무 5그루와 올리브나무 10그루도 심었다. 그리고 2021년 11월 3일에는 81 m² 의 창고를 짓기 위해 킹가로이의 한 시공사와 계약해서 2022년 3월 27일에 창고를 완공하였다. 콘크리트 바닥(slab)과 내부 단열(insulation)과 카운슬 등록까지 포함된 가격으로 총건축비가 $37,171가 소요되었다. 그리고 이 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 년에 세금으로 $1,900를 내야 하고 풀을 깎기 위해 $600가 들어간다. 이제 주말이면 지어놓은 이 창고 안에서 숙박하면서 심어놓은 과실수들의 가지도 쳐주고 거름도 뿌려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앞으로 할라데이 케빈도 하나 예쁘게 짓고 튼튼한 펜스도 쳐야 하고, 조랑말과 양도 몇 마리 기르고 꽃밭도 만들고 텃밭도 만들 것이다. 손주들이 오면 농장 체험도 하게 하고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우리의 꿈 동산을 만들어 갈 생각에 오늘도 나는 즐겁게 돈을 번다. 죽는 순간까지 내가 일궈갈 꿈이 있다면 매일 반복되는 고달픈 인생일지언정 즐거운 소풍처럼 여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코비드-19 팬데믹이 우리에게 선물한 이 킹가로이 꿈동산 때문에 오늘도 난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며 행복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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