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렐 접시를 싱크대에 세게 던져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두 번째다. 18년 전에 그랬고 2023년 1월 24일 아침 7시에 또 그랬다. 처음엔 딸 때문이었고 오늘은 아내 때문이었다.
딸이 6학년 때 지독히도 말을 듣지 않았다. 상처(喪妻) 후 혼자 살림하고 애 둘 키우며 사는 아빠 속을 확 뒤집히도록 말과 행동을 했다.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은 나지 않지만 딸을 겨우 학교에 보내고 난 후 화를 참을 수 없어 식탁의 접시들을 싱크대 안으로 다 집어던져 깨뜨려 버렸다. 내 화를 그렇게 폭발시키니 안정이 되었다. 오늘도 그랬다. 60부터는 어떤 말에도 이순이 되리라 다짐했는데 다행이다. 아직 이순이 되기에는 한 달이 남았으니. 2월 9일 환갑이 되면 정말로 이순이 될 것이다. 정말로.
어제 하루종일 아내에게 서운한 맘이 들었다. 지난 17년 동안 잘해오던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할머니 되기를 그만두기로 했음이 확실해 보여서다. 이제 자신만 위해 살겠다고 선언한 아내에게 응원한다고 말했지만, 달라진 아내의 태도에 웃고 떠들썩했던 우리 집 분위기가 긴장으로 변했다. 딸은 집에 오는 것도 눈치를 보고, 손주들이 와서 노는 것도 눈치를 본다. 혼자 아이 셋을 키우는 딸이 일상이 너무 버거울 때 유일하게 편히 잠시 쉴 수 있는 곳이 아빠집인데 좋았던 엄마가 눈치 주는 새엄마로 바뀌어 버려 아빠집에도 쉽게 오지 못한다. 어제 하루종일 아내의 친 딸에겐 세심하게 배려하며 챙겨주면서도 내 부족한 딸에겐 원칙만 내세우는 아내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 전 아내와 대화 도중에, 그동안 내 애들에게 친엄마처럼 잘 대해주었던 게 비정상적이었고 지금이 정상적인 거라고 말은 했지만 너무 변한 아내의 태도에 맘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아침 밥상에서부터 식탁에 음식 한 접시를 냉장고에 넣지 않고 그냥 두었다고 잔소리를 하더니 급기야 내가 그래서 큰 딸이 항상 먹은 것들 그대로 둔다고 딸을 끌어드렸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난 계란과 아보카도 담은 접시는 그대로 두고 아침에 먹으면 될 거라 생각해서 그랬다고 설명해도, 앞으론 그러지 말라고 명령하듯 강압적으로 말해서, 좀 말을 명령하듯 하지 마라 달라고 했지만, 뭐가 명령적이냐며 따지고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야기가 어젯밤 내가 애들을 위해 정원에 작은 농구대를 설치했던 걸 언급하며, 앞으론 더 이상 애들을 위한 것들 아무것도 밖에 설치하지 말라고 명령조로 말해서, 내가 폭발해 버렸다. 손주들 즐겁게 놀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것까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내 존재 이유를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왜 그런 것까지 하지 말라고 명령하느냐고 내가 하는 것 상관하지 말라고 하고, 더 이상 밥을 같이 먹지 못하겠다고 일어서니 아내도 함께 일어나 음식 담긴 그릇을 싱크대에 집어던져 넣었다. 그때 더욱 화가 폭발해 접시를 싱크대 안에 세게 던져 깨뜨렸고 싱크대 안의 모든 그릇을 다 산산조각 내 버렸다. 그릇 조각이 주방에 다 튀기고 엉망이 되고 아내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나는 깨진 조각들을 치웠다. 그러면서 마음이 안정되었고 아내도 왜 접시는 깨고 그러냐며 더 이상 말은 안 하고 조용히 일하러 나갔다.
남자인 나의 문제겠지만 딸도 아내도 다 여자라서 종종 이렇게 불같은 화를 폭발하게 한다. 왜 여자는 남자도 감정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할까? 왜 화를 계속 돋우는 말들을 멈추지 못할까? 문득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여자한테 가려면 채찍을 가지고 가는 걸 잊지 말라." "남자가 화나면 잔인해질 수 있지만 여자는 바닥까지 내려간다." 참 어려운 영원한 숙제, 여자와 잘 지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이순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