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지진이 나지 않아 다행이야

by 워케이셔너

올해 7월에 도쿄에서 아시안 부인종양학회가 열려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장소가 일본 도쿄?

7월 5일 대지진설부터 시작해서 일본의 예지력 있는 만화가가 던진 작은 공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일본 항공권 가격은 떨어지고 나는 가기가 좀 꺼려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기회를 포기할 수가 없어 갔다. 사실은 남편도 별도의 출장일정이 잡혀 있어서 가서 잠깐 스치듯 만나기도 했다.

이건 안 비밀인데, 남편은 심지어 사망 시 5억 보험금 지급조건이 있는 최상위등급의 보험을 등록하고 다녀왔더랬다.


학회 일정은 독자분들께는 재미없을 테니 건너뛰고,

학회 일정이 끝나는 저녁때마다 개인 일정이 생겨 거리를 돌아다녔다.

처음 갔던 곳은 시부야. 시부야는 워낙 중심거리 쪽 횡단보도 (시부야 스크램블 크로싱) 이 유명해서 거닐어 보게 된다.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에도 많이 등장한 거리이고, 보행 신호가 땡 하고 들어오자마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어 지나가는 모습들을 사진을 많이 찍더랬다. 사실 나는 신호를 건너면서 동영상을 찍어서 별 감흥이 없긴 했지만, 전망대나, 위에서 바라봤음 다가오는 느낌은 확실히 달랐을 것.

시부야의 밤거리

크로싱 바로 옆에 하치코 동상이 있다. 주인이 죽고 나서도 시부야 역 근처에서 매일 주인을 기다렸던 충견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서 동상을 만들어놨다는 뭉클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어서 나는 하치코만 사진에 담아 왔다.


시부야 스크램블 크로싱

이날 저녁에 호텔에 잠시 들어오니 도쿄타워와 비행기, 그리고 스카이트리가 모형화되어 있었다.

호텔 메트로폴리탄 마루노우치라는 호텔에서 숙박하였는데, 정말이지 위치는 최고다. 위치가 좋다 보니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학회장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라 너무 만족스러웠다.

아침도 일본 가정식과 서양식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일본 가정식 뷔페가 반찬도 잘 나오고, 내가 사랑하는 낫또와 마 오도로, 두부, 김, 연어알, 오차즈케 만들기 재료 등등이 너무 잘 구비되어 있어서 만족스러운 스테이를 했다.

이날 저녁 식사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고독한 미식가 놀이를 해보기로 한다.

도쿄 역사에는 정말 다양한 맛집이 즐비하다. 늘 먹던 것이 아닌 것을 찾다 보니, 우설 구이 집 (규탄) 이 눈에 띄었다. 보통 한 번 먹을 때 여성 기준으로 규탄 6장이면 충분한데, 나는 무슨 심보였는지 10개짜리 규탄 구이 세트를 시킨다. 무려 야채와 소고깃국, 마 오도로, 오쿠라 까지 추가로 시켜서.

그런데 다 싹싹 비워냈다. 무척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맛있기도 했는데, 사실 규탄 간이 조금 세긴 했다.

신기한 건, 규탄을 먹고, 오도로를 호로록 한 모금 먹으면, 혀가 싹 씻겨 내려간다. 오쿠라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다음 향한 곳은 도쿄 역. 호텔이 도쿄역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계속 지나다녔는데,

일본사람들의 유럽 감성에 대한 애정을 많이 엿볼 수 있었다. 신기하게 도쿄역뿐만 아니라, 다른 박물관 건물 등 모두 이런 붉은 벽돌 + 검정 지붕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은 식민지화가 된 적 없는 나라여서 그런지 몰라도, 많은 것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부럽기도, 우리나라의 역사를 톺아보며 조금 씁쓸한 느낌을 느끼기도 했다.

도쿄역 근처, 학회장 근처엔 일왕이 살고 있는 궁이 있다. 그래서 도쿄역 + 도쿄역 호텔로 국빈들이 많이 오는데, 이럴 때마다 경호 인력이 등장해서 도쿄역 앞 광장을 꽉 메우는 경우를 종종 봤다.

일왕이 사는 궁. 고쿄.

그리고 그 궁 옆에는 커다란 정원이 잘 가꿔져 있다. 참 정갈하다. 벤치와, 동상과, 뭔가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이랄까.

사무라이를 보며, 파묘의 한 장면이 생각난 것은 왜일까. 혹시 이 동상 밑에 오니가 있거나 하진 않겠지..?

여기는 일본의 센트럴 파크 같은 역할을 해줄 것 같았다. 앞에 큰 연못이 도쿄 한복판에 있는 것은 과감한 시도이다.

남편과 회동한 저녁, 나는 도쿄의 한 자그마한 선술집에 들어갔다.

여긴 의자도 없고, 서서 수다를 떨며 맥주 한잔 하는, 그런 포장마차와 식당의 그 중간쯤 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일본 직장인 감성을 느끼고 싶은 나로선 뜻밖의 좋은 우연이었다. 다들 맥주 한잔 앞에 두고 직장인 가방을 밑에 가방걸이에 걸어두고 열심히 허심탄회하게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속마음을 꺼내놓는 걸 보며, 아, 일본인들은 이런 창구가 꼭 필요하겠다 싶었다.

나마비루와, 유자 타코야끼. 한국에서 맛보긴 어려운 상큼한 맛의 타코야끼였다.

메뉴판도 옛날 전단지 스타일에, 조명도 너무 맘에 들었던 곳. 식당 이름은 까먹었는데 도쿄 맛집거리에 있다. '타코야키'를 치면 나올 것 같다. 평점은 3점대였던 것으로 기억하나 난 맛있게 먹고 나왔다.

이제 먹을 것 얘기를 조금 더 해 보려 한다.

일본에 가서 어떤 초밥집에 들어가도 웬만하면 맛있다고 했던가. 나는 그런 것 같긴 하다. 위의 초밥은 하네다 공항 내 식당인데도 순삭 했다. 12개짜리 먹을걸..

그리고 이건 일본 팀 동료가 데려다준 곳인데, 과일과 파르페가 유명한 집인 것 같았다. 도쿄역 근처 다이마루 백화점 3층에 있는 곳인데, 5분 만에 이 비싼 파르페를 다~ 먹었다. 과일차랑 같이 나오는데, 아주 맛도리였다.

그리고 이건 아까 말했던 호텔 조식이다. 너무 맛있다. 오차즈케를 만들어 먹었는데, 진짜 내 스타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곳은 오다이바.

여긴 일본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데, 미국의 축소판 같은 모습은 나를 감동시켰다.

너무너무 예쁘고, 예상외였고, 아름다웠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고 그냥 보여드려야겠다.

일본 도쿄는 막상 도시라고만 생각하기엔, 볼거리가 많고 먹거리도 많다.

한류와 k-pop,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지고 있는 시대라지만, 체감으로는 일본에 온 외국인 관광객이 훨씬 많아 보인다. 도쿄의 인구밀도가 서울보다 높아서 그런 건지.

하여튼, 우리나라도 매력이 많은 곳인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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