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저는 욕심이야말로 사람의 초심이라고 여기는 삼류입니다.

by 서리달

또 빗나가버리고 만 기대감에 더는

섭섭하지도, 퍽이나 울적하지도 않아서

그런 때가 됐단 걸 짐작했다.


괜한 일로 난데없이 마음 앓진 않게 된 건 기쁜 일이겠는데, 허기와 섭취의 상호작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순 없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는 나를 목격해 버린 나는: 결국에는 그런 때가 와버렸다는 사실을 짐작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그렇게 바라던 어른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포장해 봤다. 근데 포장이란 것도 해본 사람이나 잘하는 거라서 그런 걸까. 몹시도 지독해진 허기를 담배로 어르고 달래는 나를 두고, 어른이 됐다며 포장해 봤자 솜씨가 서툰 탓에 겉멋이나 든 애늙은이로만 보일 뿐이었다.


저마다 알맞게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든 것들과 다르게 나란 놈은 뭐라고 할까. 도무지 들어맞지 않는 곳에 끼워져 억지를 부리듯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 예전에는 이런 꼬락서니에 곧잘 섭섭했고, 퍽이나 울적해지곤 했을 텐데, 시간을 통해 나도 모르는 새에 처지와 꼬락서니를 납득했던 걸까. 또 빗나가버린 기대감에 더는 섭섭하지도, 퍽이나 울적하지도 않고 그냥 그랬다.


그럼 그렇지, 라는 망연한 말이 곳곳이 따가운 입안에서 빙빙 맴돌았다. 어제저녁부터 이어진 허기가 더욱 지독해졌건만,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아 오늘 오후에도 여전하다. 허기와 섭취의 상호작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는 나를 목격해 버린 나는:


결국에는 그런 때가 와버렸다는 사실을 짐작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그렇게 바라던 어른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포장해 봤다. 근데 포장이란 것도 해본 사람이나 잘하는 거라서 그런 걸까.


몹시도 지독해진 허기를 담배로 어르고 달래는 나를 두고, 어른이 됐다며 포장해 봤자 솜씨가 서툰 탓에 겉멋이나 든 애늙은이로만 보일 뿐이었다. 괜한 일로 난데없이 마음 앓진 않게 된 건 기뻤는데,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초심을 잃어버린 걸까,


생각했던 적이 꽤 많습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붙을 거라고 믿었던 공모전에서 떨어졌을 때라든가, 도무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자꾸만 꼬여만 가는 하루살이에 지쳐갈 즈음마다 그랬습니다. 예전에는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시 한 편, 산문 한 편이 써지면 이럭저럭 만족했던 것도 같은데요. 살아가는 동안 바라는 게 많아져서 그런 걸까, 초심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시와 산문을 써내면 여전히 기쁘긴 기쁜데요.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이것만으로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자꾸만 앞서갑니다. 근데 가만가만 짚어보면 이런 나를 두고 초심을 잃었다고 일컫는 건, 아무래도 가혹하다는 생각을 곧잘 하게 됩니다.


여태껏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 이를테면 꿈이라고 부를 무언가를 가졌던 사람들을 떠올리면 다들 이런 식이었습니다. 마주하고 있는 현재와 이미 이뤄낸 것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들 중에 몇몇은 그럭저럭 성공했고, 또 다른 몇몇은 나와 같은 처지입니다.


연락을 자주 주고받진 않아서, 아주 그럴 거라고 단언하진 못하겠지만 하여튼: 꿈이라고 부를 무언가를 가졌던 사람들을 떠올리면 다들 이런 식이었습니다. 마주하고 있는 현재와 이미 이뤄낸 것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 대다수는 그만뒀습니다.


어느 몇몇과 또 다른 몇몇만

아직까지도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지요.


이쯤에서 바라보면 진실로 초심을 잃은 건 어느 쪽이었던 건지 헷갈리게 됩니다. 거짓말입니다, 적어도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간에 아직까지도 이어가고 있는 입장이 곧 나였을 텐데_ 바라는 게 조금 더 많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초심을 잃어버렸다고 일컫자니, 역시 좀 석연찮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세상에 떠도는 말에 따르면 욕구는 학습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늘 저보다 잘 쓰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배워왔고, 그렇게 가지게 된 꿈을 꾸며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래왔던 만큼 학습한 게 욕구라서 지금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라고, 조금 더 욕심쟁이가 돼버린 나를 기신기신 긍정해 보는 중이었습니다. 다들 이런 식으로 살아가지 않던가요. 글과 그림 혹은 음악 아울러 예술. 이딴 것들을 부여잡고 살지 않더라도 다들 결국엔 욕심을 부리고 살아갑니다. 저는 욕심이야말로 사람의 초심이라고 여기는 삼류입니다.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이것만으로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자꾸만 앞서가게 되는 듯합니다. 여태껏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을 떠올리면 다들 이런 식이었습니다.


마주하고 있는 현재와 이미

이뤄낸 것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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