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의 뜻을 알음알음 깨단하는 밤
오전 1시 28분,
오늘 밤은 어제와 다르길 바랐지만 어김없이 뜬눈으로 지새운다. 해체하진 않았다지만 그 어떤 활동도 없이, 소식마저 뜸해진 어느 보이그룹 멤버의 솔로 곡을 틀어둔 채. 창밖으로 뻐끔뻐끔 담배연기만 내뱉는 중.
하얀 배경에 글자들이 반절쯤 채워진 노트북 불빛이 방안을 위태로이 밝히고, 창밖의 풍경을 가리는 하얀 교회의 불 꺼진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다. 무언가를 더 채워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빽빽한데 내 손은: 도무지 키보드로 향하질 않고 허공을 맴돌지.
괜히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면서 가본 적 없는 해외를 현실 위에 그려내다, 괴리의 뜻을 알음알음 깨단하고 마는 밤이 점점 길어진다. 오늘 밤은 어제와 다르길 바랐건만 어김없이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 꽁초가 된 몽당담배는 재떨이로 기능하는 유리병에 담아두고, 어렸을 적 TV로 봤던 이 노래의 무대를 떠올렸다. 해체하진 않았다지만 그 어떤 활동도 없이, 소식마저 뜸해진 보이그룹 멤버의 노랫말이 기묘하게 들렸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하는데 그는 이 노래를 혼자서 불렀으니까.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환한 미소를 짓던 그의 얼굴은 비장했고, 그 모습은 꼭 홀로 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미운 듯이 보였지. 그래서 그럴까,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노랫말이 몇 모금 구슬프게 들렸다.
오전 3시 1분,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이 끝나질 않는다. 여린 불빛에 의존하고 있는 방을 채우는 노래는: 아직도 그 노래이고 이제는 소심한 목소리로 흥얼거리기까지 한다.
창밖을 힐끔 흘겨보다가 하얀 배경의 노트북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무언가를 더 채워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빽빽한데, 키보드 위의 두 손은 도무지 움직이질 않고 멈춰있지.
무얼 더 채우면 좋겠는지 생각하기도 바쁜 머리로 자꾸만 다른 것을 떠올린다. 또 보자는 약속은 했지만 시간도 장소도 정하지 않은 그 녀석이라든가, 듣고 있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소외된 사람들이라든지. 혼자인 처지로 거듭 말하는 혼자가 아니라는 말의 의미 따위를 떠올리고만 있다.
오전 4시 32분,
불이 꺼져있던 하얀 교회의 십자가에 불이 켜진다. 무언가를 더 채워내긴 했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은 기분으로, 빨갛게 물든 십자가를 바라봤다.
오늘 밤은 어제와 다르길 바랐지만 어김없이 뜬눈으로 지새우고 말았다. 해체하진 않았다지만 그 어떤 활동도 없이, 소식마저 뜸해진 보이그룹 멤버의 솔로 곡을 틀어둔 채. 창밖으로 뻐끔뻐끔 담배연기만 내뱉는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노랫말이 더욱 구슬프게만 들려서, 머금은 담배연기를 조금 더 깊게 삼켰더니 기침이 나왔다.
어쨌든 홀로 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콜록거리다 흘러내린 눈물만큼 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