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보통에 머물고픈 마음
뭐가 됐든지 보이는 그대로 보려고 애쓴다.
사람을 두고서도 이러하고 널리고 널린 사물에게도 똑같이 애쓴다. 내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보고 또 그렇게 믿어보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를테면 밤하늘에 떠있는 달, 잔잔한 빛을 내는 달을 바라볼 적에도 그 뒷면 따윈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 또 이를테면 마주하고 있는 사람, 지금 마주한 사람의 표정이라든지 말을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믿으려 한다.
내게 보여주지 않은 부분을 굳이 유추해 내거나 해석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지.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탓일 테니까. 무슨 탐정이나 된 듯이 가려진 것을 유추해 내 들춰내고 해석하고 납득하는 일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머물면서 보이는 그대로 보려고 애쓴다. 다만 문젯거리가 하나 있다면 그러하기 위해 애쓴다는 사실인데, 사람의 기본이 호기심이라 어쩔 수 없는 건지. 이따금씩은 나도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를테면 밤하늘에 떠있는 달, 잔잔한 빛을 내는 달의 뒷면에는 눈이 빨간 토끼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든지. 아니면 외계인의 비밀기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든가, 하는 정도의 우스운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또 이를테면 마주하고 있는 사람,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표정과 말투 그 속에 나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는지. 하는 식의 텁텁한 궁금증이 생기는 때가 분명 있지만, 그런 궁금증 따위를 얼마쯤 굴려보다가 묻은 담뱃재를 털어내듯이 툭툭 털어낸다.
무엇이 됐든지 내게 보이지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탓일 테니까. 무슨 탐정이나 된 듯이 가려진 것을 유추해 내 들춰내고, 해석하고 납득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기로 한다. 이런 태도가 비록 쓰며 살아가는 삶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뭐가 됐든지 보이는 그대로 보려고 애쓴다. 사람을 두고서도 이러하고 널리고 널린 사물에게도 똑같이 애쓴다. 내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보고 또 그렇게 믿어보려고 애쓰는 편이다.
우리는 딱히 무얼 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사이였다. 언제나 즐거운 일들로만 채울 수 없는 게 관계라는 것쯤은,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미 깨단한 둘이라서 그럴까. 어디까지나 같은 장소에 머물고만 있어도 그럭저럭 유쾌한 우리였다.
같이 머무를 장소라고 할 만한 게 담뱃재와 책, 그리고 막 내려둔 커피밖에 없는 내 방이라도 괜찮았다. 어제도 갔던 카페여도 나쁠 게 없었고 주고받는 이야기가 언제부턴가 빙빙 맴도는 듯해도, 지긋지긋하다거나 불쾌하기보단 당연히 거쳐 가는 순서 같이 여겨지곤 했다. 물론 그런 찰나마다 너의 속내는 어땠을지, 보이는 그대로 믿고 싶었던 나란 놈은 역시나 모르겠는데_ 별다른 일이 없다면 꼭 어제와 같은 내일이 반복됐으니까. 너에게도 썩 나쁜 찰나는 아녔을 거라고 믿고 싶다. 우리는 그런 사이였다.
딱히 무얼 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사이였다. 언제나 즐거운 일들로만 채워낼 수 없고, 애당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게 관계라는 것쯤은: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미 깨단한 둘이라서 그럴까.
어디까지나 같은 장소에
머물고만 있어도 그럭저럭 유쾌한 우리였다.
담뱃재와 책, 다 식은 커피뿐인
내 방이라도 괜찮았고
주고받는 이야기의 주제가 딱히
건설적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러고 보면 이야기라고 할 만한 게 꼭 필요에 의존하지 않음을 이해하고 있는 너였다. 오늘 내린 커피 맛이 나쁘진 않은데 지금 들리는 노랜 별로라는, 시시껄렁하기만 한 잡담이래도 그게 곧 우리의 이야기였다. 너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 이름이 인쇄된 책은 다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읽지도 않고 그저 갖고만 있던 너였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너다워서 나름 유쾌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처음의 너와 지금의 네가 다르지 않아 다행스러웠고, 그게 그렇게나 다정하게만 여겨졌다. 때문에 우리에겐 내일은 뭐하지, 라는 말 따위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그때와 같은 오늘이고 어제만 같은 내일일 거라 믿었으니까.
마냥 즐거울 것도 없고 마냥 아쉬울 것도 없는 가장 보통의 하루, 실바람에도 미동치 않는 연못을 빼닮은 잔잔함이 우리만의 찰나였다. 물론 그런 찰나마다 너의 속내는 어땠을지, 보이는 그대로 믿고 싶었던 나란 놈은 역시나 모르겠는데_ 별다른 일이 없다면 꼭 어제와 같은 내일이 반복됐으니까. 너에게도 썩 나쁜 찰나는 아녔을 거라고 믿고 싶다. 우리는 딱히 무얼 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사이였다. 언제나 즐거운 일들로만 채울 수 없는 게 관계라는 것쯤은,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미 깨단한 둘이라서 그럴까.
어디까지나 같은 장소에
머물고만 있어도 유쾌했던 우리였다.
무엇이 됐든 간에 보이는 그대로
그저 그대로 믿고픈 마음은 여전합니다.
더는 셈하기도 어려우리만치 깊어진 거리감을 두고서도, 어두운 그곳에 무엇이 머무는지 궁금한 달을 볼 적에도 똑같습니다. 쓰며 살아가는 삶에 어울리지 않을 태도일 테지만, 이로 말미암아 조금 더 보통에 머물고픈 마음이랍니다. 시시때때로 저는 제 삶을 가리켜 쓰며 살아가는 삶이라고 말하지마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쓰며
‘살아남는 삶’에 좀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는 것과 살아남는 것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에둘러 설명치 않더라도 이해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나의 삶은 어쩌면 창작자로서의 삶은 아닐 거라고 여겨지는 요즘이기도 합니다. 이미 거기에 있는 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창의적 해석과 묘사를 덧붙이지도 않고서 옮겨 적을 뿐이니. 세간이 일컫는 창작자라는 직함에 과연 나 같은 게 낄 수나 있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시를 씁니다만 나의 시어는 세상을 벗어나질 못합니다.
마땅한 법칙도 없이 날아다니는 듯한 나비를 바라볼 적에도 이러합니다. 나비의 생을 부단히 연민하나 그 일생을 해석하고 싶지 않아, 제가 보았던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그리고 이게 곧 내가 만들어낸 의미라고 타협하기도 하는데_ 어릴 적 질리도록 썼던 반성문이라든가, 오답노트 따위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압니다. 덕분에 나의 시어는 세상을 벗어나질 못합니다.
이미 거기에 있는 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창의적 해석과 묘사를 덧붙이지도 않고서 옮겨 적을 뿐이니. 세간이 일컫는 창작자라는 직함에 과연 나 같은 게 낄 수나 있을는지 역시나 모르겠습니다.
쓰며 살아남는 삶, 이른바 기록자의 삶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을 돌려봅니다. 이런다고 딱히 달라지는 사실은 없겠지만요. 그럼에도 저는 여전한 마음입니다. 무엇이 됐든 간에 보이는 그대로 그저 그대로 믿고픈 마음이 여전합니다. 더는 셈하기도 어려우리만치 깊어진 거리감을 두고서도, 어두운 그곳에 무엇이 머무는지 궁금한 달을 볼 적에도 똑같습니다.
쓰며 살아가는 삶들과
어울릴 수 없는 태도일 테지만,
이로 말미암아
조금만 더 보통에 머물고픈 마음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