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와 콘크리트 사이를 끊임없이 걸었다.
좋았던 순간들을 늘어두는 건
꽤나 서글픈 일이었다.
이미 지나가버린 순간들이라는 사실을 더욱더, 견고하게 만드는 작업 같아서 그렇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뭐, 다르게 본다면 좋았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었겠지만, 그러했던 순간들은 더 이상 지금이 아니라는 사실. 이런 사실 하나가 그토록 지독해서 좋았던 순간들을 늘어두는 게 서글펐다. 누구든 나이를 먹으면 말한다는 그땐 그랬지, 라는 말의 기초가 슬픔이었음이 아팠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대처가 마땅치 않았다.
서글픈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아플 수밖에 없는 돌아보기라는 사실을 이해했으면서도, 결국 끊임없이 돌아보고 늘어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짓마저 관둬버리면 좋았던 순간들이 지나가버린 일조차 될 수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 할 수 있는 대처라고는 끊임없이 돌아보고 늘어두는 일뿐이었다.
그땐 그랬다고 그때의 나는
그럭저럭 좋았던 것 같다고
이미 지나가버린 순간들이라는 사실을 더욱더, 견고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을 지속했다. 끊임없이 다음을 바라봐야만 하는 세상이고, 그렇게 하루씩 조금씩 나아가는 게 삶이라는데 더는 기대할 다음이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듯.
이미 지나가버린 그곳에 두고 온 게 많은 사람인 듯이 끊임없이 돌아보고 늘어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짓마저 관둬버리면 좋았던 순간들이 지나가버린 일조차 될 수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 이토록 서글픈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아플 수밖에 없는 돌아보기라는 사실을 이해했으면서도 나는: 이미 지나가버린 순간들이라는 사실을 더욱더 견고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을 지속했다. 좋았던 순간들을 늘어두는 건 꽤나 서글픈 일이었다.
겨우겨우 잠에 들었지만 꿈결이 거칠었다.
오른쪽으로 나를 돌려보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누워도 도무지 잔잔해지질 않는 꿈결이었다. 오히려 내 뒤척거림이 접목돼 그러는지, 감겨있는 눈 안으로 덧칠된 풍경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할 뿐. 어느 즈음부터는 잠보다는 가위라고 부르는 게 더욱더 어울릴 듯한 시달림이 드러누운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분명 누워있을진대 자꾸만 걷고 있었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듯이 아니면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하는 사람인 듯, 도대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목적을 아는 사람마냥 멈출 생각을 않는다. 물이 새까만 연못 위의 석조다리를 건너고 콘크리트와 콘크리트 사이를 끊임없이 걸었다.
동행하는 사람은 없었다. 먼 어떤 날의 꿈결엔 몇몇 사람들이 곁에 있었는데 혼자된 시간이 너무 길어져버린 탓일까. 요즘의 꿈결엔 동행이라든가 어울림이 머물러주질 않는다. 때문에 그저 혼자 걸었다. 감겨있는 눈 안으로 덧칠된 풍경이 뒤척거림에 접목돼 또다시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는데도 자꾸만 걷고 있었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듯이 아니면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하는 사람인 듯, 걷고 헤매고 또다시 걷다 시야가 흐릿해진 즈음.
나는 식사자리에 초대를 받았다.
아무래도 나는 이 난데없는 식사자리를 위해 시달림을 빼닮은 꿈결을 거침없이 걸었던 것 같다. 식탁은 네모였다. 나를 비롯해 세 명인가 함께였고 내 자리는 이른바 상석이었다. 내 앞으로는 몇몇 음식들이 그리고 양쪽으로 두 사람이 앉아있었다.
둘은 말이 많았다. 식사자리라면 무릇 한 번쯤은 정적이 흐르기 마련인데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웃음은 없었다. 애초에 끊이질 않는 이야기의 내용이 웃음이 나올 얘기가 아니었다. 어디서 누가 어떻게 죽었다든가, 꽤나 심각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사람들은 몰라준다든가, 어쩌면 귀신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둥 식사자리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괴담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꼭 심기가 불편한 사람이나 된 듯이 나는: 젓가락으로 식탁을 쿡쿡 찔러대듯이 두드리기만 했다. 그 둘은 자꾸만 나를 신경 쓰는 듯했다. 줄줄 늘어둔 괴담에 대한 내 생각을 물었고, 내 반응을 기다렸고,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다시 다른 괴담을 늘어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젓가락으로 식탁을 쿡쿡 찔러대듯이 두드려댔는데_
내 처지가 영 답답해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니, 그 둘은 눈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애초에 사람은 맞나 싶은 그들이었다. 그들은 눈이 없는 눈으로 나를 빤히 보다가 또다시 아까처럼 줄줄 늘어둔 괴담에 대한 내 생각을 물었고, 내 반응을 기다렸고,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다시 다른 괴담을 늘어뒀다.
눈이 없는 그들과 함께하는 식사자리는 불편했다. 꿈결인 걸 알았기 때문에 무섭지 않았다. 다만 속상했다. 거친 꿈결의 결말이 이런 결말이라는 사실이 속상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또다시 걸었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듯이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하는 사람인 듯.
기억에 남아있는 지나간 것들은
뭐가 됐든지 간에 양자택일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거나 미운 것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그러면 좋았던 것들은 뭐가 되는 거냐고, 이딴 문장이나 지어내버린 내게 불만이 생겼는데 좋았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어야만 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면 마주한 지금이 너무나도 미워질 테니까, 좋았던 것들 또한 아무것도 아닌 것이어야만 했다. 아니면 나를 비틀고 뒤집어 미운 것으로 기억해야 했다. 살아남겠다는 다짐을, 다음으로 설정하지 못한 놈이 고른 오답이었다.
두 칸밖에 없는 시원찮은 서랍장을 만들어 지금을 모면하기 위해 제멋대로 분류해 버리는 일. 이딴 짓거리가 나의 방법이었다. 살아남겠다는 다짐을 다음으로 설정하지 못한 놈이 고른 오답이었다.
하루씩 조금씩 멀어진 끝에 끝끝내 이제는 전생처럼 느껴지는 어릴 적의 행복이라든지, 마치 영원함을 신앙하는 듯이 함께 어울렸던 당신들이라든지, 이대로는 못 죽겠다는 고집으로 견뎠던 하루들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지나간 것들은 뭐가 됐든지 간에 양자택일에 묶어둬야만 했다. 그렇게 전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거나 미운 것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살아남겠다는 다짐을 다음으로 설정하지 못한 놈이 고른 오답이었다. 두 칸밖에 없는 시원찮은 서랍장을 만들어 지금을 모면하기 위해 제멋대로 분류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내일을 배급받지 못할 것만 같았으니까.
하루씩 조금씩 멀어진 끝에 끝끝내 이제는 전생처럼 느껴지는 어릴 적의 행복이라든지, 마치 영원함을 신앙하는 듯이 함께 어울렸던 당신들이라든지, 이대로는 못 죽겠다는 고집으로 견뎠던 하루들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지나간 것들은
뭐가 됐든지 간에,
양자택일에 묶어둬야만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