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표가 없다고, 꿈이 없다고 고개 떨구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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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 mark

안녕, 잘 지냈지? 나는 주말 동안 이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벌써 독일에서 네 번째 집이네.

셰어하우스를 지나, 처음으로 혼자 사는 집을 알아보고 다니고, 계약을 하고 살다가, 여자 친구 집에 같이 사는 걸 지나서 이제 처음으로 여자 친구와 함께 알아보고, 마음을 정하고, 계약을 같이 한 첫 집이야. 그렇게 네 번째 집이지.

물론, 집을 산 것도 아니고 한국 상황에 맞춰보면 월세일 뿐이라서, 내 소유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이름이 적힌 계약서를 받아 들고 내 집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정한 첫 집이라서 더 내게는 의미 있는 공간이야.


짐 정리를 대충 하고, 힘들어서 누워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어떻게 독일에서 벌써 삼 년째 살고 있고, 직장도 구하고, 집도 구해서 이사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인생에서 대한민국 이외에 다른 곳에서 살 생각은 아예 없었고, 유럽, 그중에서도 특히 독일에서의 삶은 아예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


지금 이 글을 보는 너는 언제의 나인지 모르겠지만, 중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너일지라도 특별한 삶의 목표나 꿈이 없었던 것에 불안해하고, 움츠러들었던 거 알아. 주변에 멋진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동경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지.


그냥 막연했지. 공부도 그랬고, 취업 준비하는 것도 그렇고 막연히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해왔었잖아. 나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너를 칭찬해주고 싶어. 뿌연 안개가 자욱한 길을 나아가다 보면 뭔가 보이겠지 하고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나아가고 있었잖아.


지금까지의 20대와 막 시작한 30대를 생각해보면, 어떤 것도 특별히 목표를 가지고 했던 것 없었어. 그냥 하다 보니, 이렇게도 저렇게도 되었던 거지. 어떻게 보면 대책이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거고, 또 어떻게 보면 무식하게 용감했던 거지.


성격을 바꿔보겠다고, 또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겠다고 들었던 강의들, 읽었던 책들, 그리고 다양한 경험들이 모여서 누구를 만나도, 어떤 모임에서 분위기에 주눅 들지 않는 너를 만들 수 있었어. 발표 수업에서도, 동아리 회장으로서도 떨지 않고 해낼 수 있게 되었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여자친구는 물론이고, 인생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어.

또 합격한 회사 중 가장 큰 회사라는 이유로 선택했던 한국에서의 회사 경력, 그리고 독일에 와서 전공, 경력에 상관없이 새롭게 시작했던 회사 경력이 더해져서 지금 이직해서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정말 만족하면서 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


특별히 뭔가를 계획하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그때, 그 순간에 하고 싶은 혹은 했어야 하는 일이기에 했을 뿐인 데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로 나타났던 것 같아. 꼭 지금 네가 목표가 없다고, 꿈이 있다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진다고, 좌절하거나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지금 하고 있는 무언가가 너의 인생을 180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것 같고. 어쨌든 네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너의 인생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거니까. 고개 떨구지 말자.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거잖아. 힘내고 오늘 하루도 잘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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