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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이한 Feb 07. 2024

요즘 빠진 것

    마시는 요거트에 빠져 있다. 계기는 식단 조절이다. 겨울이라고 왠지 단 음식과 음료가 땡겨 먹고 마시기를 반복한 결과, 불과 한 달만에 몸무게가 3kg 늘었다. 절망하며 부리나케 닭가슴살을 주문했다. 간식도 조금씩 줄여서 저녁 7시 이후에는 음식을 먹기 않기로 다짐했다.


    다만 이미 늘어난 위를 원상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나면 습관처럼 달달한 간식을 찾게 되었다. 물로만 버티는 것도 고역이라서 건강하고 포만감이 높은 간식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문제는 무엇을 먹느냐. 


    첫째, 방울 토마토. 칼로리가 낮고 건강하고 포만감이 높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대용량으로 사려고 해도 작년에 비해 값이 두 배는 올라 있었다. 텅텅 비어버린 통장 잔고로 꾸준히 사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선택. 패스! 둘째, 그릭 요거트. 맛있고 포만감이 높다. 다만 방울 토마토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비싼데다 유통 기한이 짧고, 생각보다 지방 함량이 높았다. 역시나 패스. 셋째까지는 떠오르지도 않았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며 다이어트를 하는건 왜 이렇게 힘든건지. 돈이 없으면 건강하게 먹는 것도 힘들다. 머리를 싸매다 결국 마트에서 저렴한 대용량 플레인 요거트를 구매해보기로 했다.


    마트에 들러 장을 보다가 유제품 코너 앞에서 멈춰 섰다. 다양한 종류의 플레인 요거트 중 하나를 고르려다 문득 마시는 요거트 쪽에 시선을 뺏겼다. 어차피 요거트를 먹을거라면 마시는 요거트는 어떨까. 음료라 왠지 떠 먹는 요거트보다 포만감이 높을 것 같고, 걱정했던 당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기왕 식단 조절을 하는 거, 식감이라도 다양하면 조금은 재밌을 것 같았다. 매일 유업의 드링킹 요구르트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마시는 요거트는 저녁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구원자가 되었다. 저녁을 먹고 7시쯤 마시는 요거트 한 잔과 함께 고구마 말랭이를 먹는 것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음식이든 음악이든 사람이든, 하나에 빠지면 질릴 때까지 그것만 파는 외곬수답게 몇 주 간 마시는 요거트만 엄청나게 먹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매일 유업, 노브랜드의 제품이다. 매일 유업의 요거트는 유제품의 대가답게 기본에 충실한, 목넘김이 약간 걸쭉한 제품이다. 노브랜드의 요거트는 딸기 알갱이가 잔뜩 들어 있어 알갱이를 씹는 맛이 있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제품이다. 취향에 따라 두 가지 다 즐겨보기를 권한다.


    새로운 선택은 설레고 가끔 두렵지만 성공하든 실패하든 하나의 경험으로, 하다못해 이야깃거리로라도 남는다는 것이 좋다. 오늘 저녁에 요거트를 마시면 요거트가 똑 떨어진다. 내일은 마트에 가야겠다. 이번엔 어떤 요거트를 마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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