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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밍 Dec 14. 2023

[밍 워홀 준비] 02. 워홀을 떠나고 싶은 나라는?

유치원 시절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파트 단지 내 한 층 이웃 주민끼리 복도에서 돗자리를 펴고 오순도순 수다를 떨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간식이 있으면 서로 집에 나눠주며 함께 먹고, 각 부모님이 외출이라도 할 때면 바로 옆집에 아이들을 맡겨주었다. 어머니들을 부를 때의 호칭은 언제나 '이모'였다. 우리에겐 피가 섞이지 않은 친척이 참 많았다.

평소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던 길, 친했던 동생과 그 가족이 이민을 갔다. 캐나다였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캐나다에 대한 로망이 조금씩 조금씩 자라왔던 것 같다.

아름다운 단풍, 이민 국가, 펫 프렌들리, 친절함, 커다란 땅.

이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캐나다에 대한 정보의 전부였다.

워홀을 다짐한 건 올봄 정도라, 계절이 바뀌는 사이 동안 정보를 찾아보니 당연하게도 장점만 있는 국가는 아니더라.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워홀에 대한 환상은 전부 사라진 상태다. 언어 안 통하는 해외에서 일하고 먹고살기. 내게 워홀은 그뿐이 됐다.

물가가 훨씬 비싸고, 집값이 비싸다. 워홀 비자는 한계가 크므로 오피스 잡은 꿈도 꾸지 못해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이 잠시 끊길 수도 있다.

펫 프렌들리라고 해서 나의 고양이 노랑이와 함께할 수 있는 집을 찾는 게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아니었다. 심지어는 동물 병원 비용도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고 하더라. 병원 대기 기간도 길어, 동물도 사람도 모두 아프면 안 되는 국가라고 한다.

뭐, 여러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사실 펫 프렌들리 국가는 한국이 아닐까 싶다..! 한국인이니까 한국이 살기 편한 거겠지만서도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내가 결정한 워홀 국가는 캐나다!

큰 목표는 없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이고, 회사를 다닐 때보다 약간은 적은 수익이 생길 것이다. 팁을 많이 받는다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오면 바로 서울 혹은 인근에서 자취를 시작할 거라 적금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놀듯이 휴일에 짬을 내서 여행을 자잘하게 다니겠다만 그리 성대하게 돈을 쓸 계획은 없다. 내가 명품에 관심이 없어 참 다행이다.

그저 세계 여행이 꿈이었고,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기에 나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것. 한국보다 내게 더 잘 맞는 국가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 그게 전부다.

아, 하나 있다면 옐로 나이프 오로라를 한 번 보는 것이다! 라푼젤에게 풍등이 있다면 내겐 오로라가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 나중에 오로라를 보러 가자고 항상 말을 할 정도니 말이다.

추가로 내 고양이와 함께 떠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정말 좋겠다.

장기간 비행이야 1~2년간 두 번만 견디면 되는 거고, 도착 직후의 경로를 파악해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바로 가면 된다. 노랑이가 조금 힘들어할 테지만 병원에서 안정제를 투약 받는 방법도 있고, 안정 목걸이 등 대안은 많다. 꿈으로 이미 몇 번이고 노랑이와 함께 비행기를 탑승하는 시행착오를 겪어 용기가 생긴다.

내 고양이의 성격은 굉장히 무던하고 둥글어서 내가 없어도 다른 가족들에게 사랑받으며 잘 지내겠지만, 나는 잘 지내지 못할 것 같아 절실한 마음에 벌써부터 집을 조금씩 알아보고 있다.

원래 가고 싶었던 지역은 자연과 도심이 함께 있는 벤쿠버였으나, 집값이 폭등하고 있어 토론토와 별 반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잡이 많은 토론토가 나을까 고민도 하고 있다. 고양이를 받아준다면 캘거리도 환영이다. 삿포로 여행을 갔을 때 영영 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겨울과 사랑에 빠져버렸으니 거의 반 년 가까이 되는 겨울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현재 캐나다 워홀을 진행 중인 여러 블로거들을 구독 중인데, 생각보다 워홀을 조기종료 혹은 포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실은 걱정이 많이 된다. 내 몸의 일부와도 같은 고양이를 두고 홀 몸으로 가게 될 것도 걱정이며 함께 떠나는 것도 걱정이 된다. 내 곁의 사람들은 나를 믿어줘 웬 만 해선 새로운 도전을 전부 지지해 주는 편인데, 노랑이와 함께 떠나는 워홀만큼은 걱정을 앞세웠다. 내 다짐을 들려주고 나면 수긍하며 이내 끄덕여 주었지만 사람들이 걱정을 앞세운 만큼 나 또한 걱정이 많이 된다. 혹여나 노랑이가 타지에서 아프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동시에, 내가 없는 한국에서 아프더라도 나만큼 노랑이를 케어해줄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

노랑이는 나를 사랑한다. 표현은 많이 하지 않는 녀석이지만 그 무엇보다 사랑한다. 다섯 식구들이 있는데도 내가 집에 들어오면 내 방 침대에 함께 누워 꿈쩍도 하지 않으니. 내가 일어나야만 함께 일어나고, 내가 밥을 먹으면 밥을 먹으며, 내가 화장실에 가면 그 앞에서 나를 기다린다. "다녀올게."라는 말을 알아서 출근길에 나서면 그제야 나를 찾지 않고 본인의 할 일을 알아서 하는 기특한 아이를 내가 어찌 두고 갈 수 있겠는가.

12월 11일. 캐나다 워홀 신청이 시작됐다.

첫 번째 인비테이션 신청은 24년 1월 8일(월)이라고 하며 10,000명을 무작위로 추첨한다고 한다.

캐나다 워홀 신청 조건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  


    여권 소지자  


    2,500달러 이상 소지자  


    캐나다 워홀 비자 신청자  


    입국 시 문제없는 결격 사유가 없는 자  


    만 18세 ~ 만 35세 이하인 자  

다음 순서들은 인비테이션 당첨이 되어야 생각할 절차들이지만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밟아 나가야 하기에 정보들을 계속해서 찾아보려고 한다.

우선 이번 주 이내로 신청 후 편안한 마음으로 8일을 기다려 봐야겠다. 인비테이션 당첨이 되면 직후 바로 집부터 찾아보고, 지역을 확정 지어야지.

아직 김칫국이긴 하지만 출국은 2024년 10월 목표다. 영어 공부도, 돈 모으기도 전부 최선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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