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늙을까

책 속의 이야기

by 김영창

나이가 들면 부끄러움이 없어질까? 그러면 지금보다 더 솔직해질 수 있을까?


나는 확실히 우리 할머니 세대보다 같은 나이에도 더 젊게 느끼고 더 젊게 행동한다. 하지만 이렇다 해도 칠십대로 접어들면서 가장 분명해진 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늙어 보이지도 않고 또 그렇게 늙었다는 느낌이 안 들지 몰라도 나는 이제 더 이상 성적(性的)인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감추지 않고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늙을 것인지를 담담히 풀어가는 저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치 친숙한 사람과 옆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든다.


누구나 깊이 공감하면서도 쉽게 꺼낼 수 없는 성적인 얘기는 사실 노화(老化)를 마주한 채, 인생을 반추하는 저자의 진솔한 대화 방식에 불과하다.


죽음이란 어차피 겪어야 할 것으로 인정을 하고 나면 이렇게 달라지겠구나 하는 대목도 있다. “죽음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는 과정이 무섭다.”는 고백도 인간적이다.

숨을 멈추면 어차피 고통도 무엇도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죽음에 이르기까지 가빠지는 호흡을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를 생각하면 솔직히 나도 두렵다. 단지 이건 나만의 문제도 아니다. 내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친구나 친척, 지인이 죽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노화도, 죽음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차근차근 공부하면서 나답게 늙어가고 나다운 생을 살다가 마감하려는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


저자는 멀지 않은 죽음에 대해, 그날이 빨리 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자신의 속물적인 희망을 얘기하면서도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 조곤조곤 설명을 한다. 닮고 싶은 노인이다.


특히 “늙었기에 더욱 소중해진 일들이 대부분 일상적인 것이었다”는 얘기는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무심히 때로는 지루하게 보냈던 일상이 노후에 더할 수 없는 가치로 다가온다면 나도 잘 늙어갈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남녀 관계와 같은 통속적인 것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나 정신 영역을 확장해주는 책 등에 대한 끝없는 갈망과 욕구가 “노년에 이른지도 한참 지난” 90세의 나이에 이런 책을 쓰도록 했다.


물론 저자는 이전에도 소설과 회고록 등을 발표한 경력이 있고 출판사를 운영한 경력도 있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 그가 이런 책을 내놓지 않았다면 나는 이런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늙어서 배우는 기쁨과 생각의 확장을 얘기하는 저자의 말속에는 여유가 있고 기품이 있다.


“아마 내가 늙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늙었다고 꼭 틀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은 생각도 다른 법이다.


나이가 들어 눈은 침침해졌어도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눈은 더욱 명료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몸도 몸이지만 의욕을 꺾고 좌초시키는 데는 나이보다 늙었다는 생각이 먼저 작용을 한다.



“죽어서 사라지는 것은 인생의 가치가 아니라 자아가 담긴 낡은 그릇이요, 자의식이다. 그것이 무(無)로 사라지는 것이다.”


다이애너 애실은 올해로 102세를 맞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