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와 개인주의의 사이

정답은 언제나 양극의 사이에 있다

by Shin

야구는 팀스포츠다. 팀원 모두의 노력과 희생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9개의 포지션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가져야 승리를 할 수 있는 스포츠다. 실력이 부족한 팀원을 잘하는 친구가 이끌어주는, 그렇게 팀 전체가 강해지는 것이 중요했다. 어렸을 적 한국에서 나는 친구들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질 때는 분한 감정을 공유하고 이겼을 때는 밤을 새워서 서로가 잘한 것을 이야기하는 날들을 보냈다.


캐나다에 와서도 현지 친구들과 야구를 했다. 이곳의 야구는 조금 달랐다. 야구는 나 자신과의 싸움, 얼마나 침착하게 공을 치고 잡아내는지,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가진 인원이 얼마나 많은지가 팀의 승리를 결정했다. 팀원들과 경쟁에서 이겨내 실력이 뛰어난 아홉 명만이 경기에 나가는 것이기에 실력이 부족한 팀원을 당겨줄 여유는 누구에게도 없었다. 경기에서 졌을 때 분한 감정과 이겼을 때의 흥분은, 경기가 끝나고 훈련이 끝나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이곳에서 공유되는 감정이지는 않았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일 년 정도 일을 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내가 내세울만한 것은 영어실력밖에 없었으니, 서울의 적당한 규모의 종합학원에서 영어 회화를 맡게 되었다.


원장선생님은 선생님들끼리의 화합을 강조했다. 누군가가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때 그것을 메꾸어주고, 어려운 것이 있을 때 도와주는, 학원이 더 많은 원생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는 환경을 만들기를 원하셨다. 매주 한 번은 회식을 통해 동료의식을 키워나갔다.


다만, 그 안정감 속에서 나만의 특별함은 점점 무뎌져 갔다. 집단주의의 울타리 안에서 나는 그저 '구성원 중 하나'로만 존재했다. 다른 선생님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고, 이 집단의 결속력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거나 개인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일은 마치 금기처럼 여겨졌다. 그렇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점점 지쳐갔고, 결국 ‘챗바퀴를 도는 듯한 삶’이라는 무력감 속에 학원을 떠나게 되었다. 개인주의야말로 정답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되었을 때 새로운 방법을 탐구하려는 내 성격은 내 가장 큰 장점이 되었다. 낮은 연차임에도 중요한 미팅과 파일을 맡을 수 있었다. 내가 소속된 로펌을 밴쿠버에서 가장 명망 높은 로펌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열망이 생겼고 그 일원임에 보람을 느꼈다. 밤을 새 가며 제안서를 작성하고 새 클라이언트를 유치하기 위해 미팅을 계속했다.


다만 그런 나는 수백 명의 구성원중 하나일 뿐이었다. 함께 일을 하던 변호사가 중요 클라이언트와의 모임보다 본인의 테니스레슨을 우선시하는 것에 실망했었는데, 열의 여덟은 그 변호사와 생각을 같이했다. 회사의 클라이언트는 회사에게 중요한 것이고, 본인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본인의 삶을 회사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조직이 삶과 섞여버린 나는 그들에게 이방인이었다.


이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정답은 분명 이 두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더라도 맡은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태도.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오는 동기부여.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그 열정이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배려하는 마음. 개인주의의 자율성과 집단주의의 안정감.


그 방향성만을 생각하며 방황하지 않고 이상적인 중간선을 찾아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