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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Dec 14. 2020

한 해의 '하이라이트' 크리스마스

친구들은 잠시 안녕 : 가족과 함께하는 독일 사람들

 

Dear eun


크리스마스가 좋았던 건 무엇보다 불빛이었던 것 같아. 거리를 밝히는 형형색색의 전구, 그리고 조금은 과감해지는 사람들의 스타일, 어디서든 울려 퍼지는 징글벨... 지쳤던 마음에 불을 밝혀준 연말의 분위기는 크리스마스의 열기를 한층 뜨겁게 달궈줬지. 하지만., 올 해는 아주 많이 달라졌어. 약 1년째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제는 너무도 깊은 곳까지 들어와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 같아. 하지만 '우리의 즐거움', 보다 더 '신성한 무언가'를 지키길 바랐던 신의 뜻이 혹시나 이곳에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크리스마스 마켓, 이름만으로도 설렌다

독일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생각만으로도 들뜨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어. 9월 말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기점으로 11월 11일 카니발, 그리고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11월 말 대망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 시작하는데 성탄절의 분위기는 정점을 찍게 돼. 유독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독일의 겨울을 조금 더 잘 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닐까 싶어.

프랑크프루트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은 어느 특정한 곳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고 거리 곳곳의 광장마다 설치가 돼. 쾰른 만 해도 약 30개는 족히 넘는 마켓이 있었는데 저마다의 분위기가 모두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어.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무엇이 특별할까?


1. 글뤼바인(Glühwein)
독일 크리스마스에는 글뤼바인(프랑스어로는 뱅쇼라고 불리는 따뜻한 와인)이 빠질 수 없는데 음악과 불빛 아래 삼삼 오오 모여 마시는 글뤼바인은 정말 달콤하고 따뜻해.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Heumarkt-2019)


2. 기념품과 선물(Geschenk)

또한 재미있는 것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위해 설립된 핸드메이드 단체들도 있는데 그들은 매년 한철 열리는 마켓을 위해 1년 내내 공들여 작품을 만들어. 뿐만 아니라 미리 등록만 하면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그림, 공예품 등을 팔 수 있는데 재미있고 신기한 것들이 정말 많아. 향초, 비누, 가방, 양말, 향신료, 신발, 등불, 식물, 초콜릿, 등, 상상초월 생필품 등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Dom-2018)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Dom-2018)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Dom-2018)


3. 음악과 콘서트(Musik&Konzert)

한국처럼 거리 곳곳 음악을 느낄 수는 없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은 음악의 천국이야. 보통 큰 마켓의 경우에는 무대를 설치하기도 하는데 가수들 혹은 밴드가 와서 매시간 노래를 불러줘. 글뤼바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 천국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어. 


쾰른 크리스마스 마켓(Dom-2018)



친구 연인은 잠시 안녕,

가족과 함께 맞는 크리스마스

하지만 12월 23일이 되면 모든 마켓은 문을 닫고 거리와 광장은 몇몇의 불빛만 남겨둔 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의 설날과 같아서 많은 독일인들이 그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해. 대학생들은 크리스마스 전 후로 약 2주간 방학을 하는데 친구들과도 잠시 안녕, 모두들 분주히 선물 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향하지. 그 시간만큼은 연인도 친구도 아닌 가족과 있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야. 물론 결혼을 했거나 연인의 가족이 멀리 있는 경우, 혹은 나처럼 가족 없이 홀로 있는 친구가 있다면 초대를 해서 자신의 가족과 함께 보내기도 해. 


다정한 내 친구 J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 해도 나를 집으로 초대했어. J의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언니와 형부, 조카들까지 모든 가족들과 함께한 작년 크리스마스는 정말 완벽했어.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J의 어머니와 독일인 할머니의 요리는 이색적이면서도 정말 훌륭했어. 직접 고른 선물과 카드를 주고받으며 세심하게 서로를 생각하던 그 시간들은 여전히 내 마음 깊숙이 따스하게 남아 있어.


J의 가족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J의 가족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코로나 이후의 크리스마스는 어떨까

마켓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콘서트도 없어. 어두운 독일의 겨울은 그 색을 감추지 못한 채 차갑지만 그럼에도 변함없는 한 가지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거야. 레스토랑 문이 열려있던 작년에도 그들은 부모님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고 올 해도 변함없이 그들은 그 시간들을 기대해.


아쉬움이 왜 없겠어. 크리스마스 전후로 카페, 바를 누비며 분위기를 즐기던 그때가 그립다고 자주 말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즐거운 마음으로 부모님께 드릴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고, 선물을 준비해.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참 감사한 것이 아닐까?


오늘 먼 곳에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을 위해 카드를 써보려 해.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이 닿는 그 날, 그들이 한번 더 웃게 되길 기대하며.


Fröhliche Weihnacht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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