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생가갛면 가슴이 아려와요] 시리
"이제 그만요. 엄마. 트렁크가 꽉 차서 더 이상 안 들어가요."
친정집을 방문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엄마에게 또 이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감자와 양파가 들어있는 박스를 트렁크에 넣고 계셨다. 10kg짜리 한 박스가 아니라 두 박스였다.
"올해 감자가 정말 잘 됐어. 이거 먹어보면 마트 감자는 못 먹어."
그 말씀을 하시는데 아빠가 또 20kg이나 되는 쌀 한 포대를 가지고 오셨다.
쌀은 계속 먹으니 그렇다 쳐도 감자나 양파같은 경우는 늘 가져간 것을 다 해치우지 못하고 마지막에 몇 개는 썩혀서 버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힘들게 농사지은 소중한 재료들인데 내가 관리를 잘 못한 것도 있지만 부모님 욕심에 많이 넣어 주신 것도 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자녀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4남매도 시골을 방문하는 시즌이 있다. 명절과 부모님 생신, 어버이 날이 있는 5월이다. 사실 부모님을 보러 간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시골에 가면 엄마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먼저, 자식 손주들이 오니깐 집안 청소부터 하고, 우리가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엄마가 가장 잘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추어탕이다. 사실 추어탕은 우리 자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기에 자식들이 내려온다고 하면 빼 놓지 않고 하는 음식이다.
엄마가 끓여주는 추어탕은 엄마의 손 맛과 가마솥에서 끓인 진한 국물은 어느 맛집을 찾아도 찾아볼 수 없는 엄마만의 특별한 음식이다. 아마 엄마의 손맛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사위들 또한 장모님의 추어탕은 매 끼니마다 상에 올려도 좋아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열무김치, 멸치볶음, 물김치 등 먹을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집에 갈 때 가져갈 것부터 챙기시는 엄마다. 저녁이면 TV를 보면서 마늘을 한 가득 까서는 봉지에 등분을 해서 저온창고에 쌓아 놓는다.
우리가 엄마의 식혜를 좋아하는 것을 아시기에 식혜도 미리 만들어 놓고 냉동해서 얼려 놓으신다.
고추장, 간장, 된장, 참기름, 들기름, 깨소금 등 시골에서 만들어서 나오는 양념들도 한 통씩 담아 놓으시고, 방앗간에 가서 강냉이 뻥튀기도 손주들을 위해서 튀겨 놓으시는 정성을 들이신다.
그러니 우리가 부모님을 뵈러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엄마를 괴롭히러 방문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엄마는 "지금 내가 할 수 있으니깐 하는거지. 더 늙으면 못한다 아이가"라면서 '엄마의 도리'를 하신다.
며칠 전 고추가루가 떨어졌기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뒷날 바로 택배가 왔다. 고추가루 하나만 택배로 붙이지 못하니 오이, 가지, 당근, 감자, 양파, 고추를 조금씩 담아서 20kg 박스 하나를 만들어서 보내셨다.
엄마는 늘 그렇다. 감자 농사를 지으면 감자 네 박스를 만들어서 자식들 집으로 각자 보내고, 양파를 수확하면 양파도 네 박스를 만든다. 이제 막내까지 모두 40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렇게 챙기시는 것을 보면 엄마는 엄마다.
부모님의 정성이 담긴 재료와 음식을 받을때면 뿌듯하면서 남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회사에 출근해서는 자랑을 늘어 놓기가 일수다. 사실 트렁크가 터질만큼 많이 받아 올 때는 집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세 번은 타야 다 옮길 수가 있고,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정리해서 넣으려면 그것도 몇 시간이 걸린다.
몇 시간에 걸려 집에 도착해서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부모님께 도착 전화를 하는 일이다.
"엄마, 우리 잘 도착했어요."
"그래, 언니도 방금 전화 왔더라 다 왔다고..."
"엄마, 우리 때문에 고생많으셨어요."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 재료들은 돈으로 계산할수 없는 것들이다. 부모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까지 하겠는가.
부모님의 사랑에는 무게가 있다.
손에 잡히고, 차를 무겁게 만들고, 냉장고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 무게만큼 마음도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