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와요] 시리즈
허리와 다리의 고통을 호소하시던 엄마가 몇 달간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드디어 수술을 하게 되었다. 허리와 다리 두 군데를 한꺼번에 수술할 수는 없었기에 좀 더 고통이 심한 무릎관절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고, 몇 번의 병원 방문 끝에 드디어 수술 날짜가 잡힌 것이다.
병원은 일산에 있는 유명한 병원으로 선택했기에 일산에 살고 있는 언니 집에서 왔다 갔다 하기 편했다. 언니가 차로 픽업을 할 수 있었기에 병원을 방문하는 날이면 보통 언니 집에서 머물렀다.
엄마는 병원 갈 때마다 딸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픽업을 오는 딸과 사위에게 늘 미안해하셨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혼자서 미안해하시니 그건 아무래도 엄마의 기질인 것 같다.
이번에 서울에 올라오면 엄마의 구닥다리 폰을 바꿔주자고 언니와 얘기했었다. 그날은 언니가 회사에서 휴가를 낼 수 없어서 내가 휴가를 내고 엄마와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그리고 새로운 핸드폰을 구매하기 위해 가까운 핸드폰 가게를 방문했다.
보급형으로 나온 저렴한 스마트폰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어차피 비싼 스마트폰은 엄마도 거절했기에 보급형 중에서 고르려고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엄마는 스마트폰 사용할 줄 모른다면서 계속해서 폴더폰을 고집하신다.
"엄마, 써보면 스마트폰이 더 쉬워요."
"아니다. 폴더폰이 가볍고 주머니에도 잘 들어가고, 이게 편하다."
"엄마, 이제 좀 있으면 이런 폴더폰도 없어져요. 스마트폰 사용하는 방법도 배우고 해야 돼요."
"아니, 아니. 그냥 폴더폰으로 사자."
30분 넘게 엄마와 입씨름을 하다가 결국 지고 말았다. 그렇게 기존에 사용하던 구닥다리 폰과 비슷한 폰으로 구매하고 개통했다. 물론 요즘 폴더폰은 카카오톡도 되고 웬만한 기능들은 다 된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도 해상도가 많이 떨어지고, 문자를 보내려고 하면 키보드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엄마가 스마트폰이 싫다고 하시니...
그게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그 이후로 핸드폰을 바꾸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지난번 시골집을 방문했을 때 엄마가 "카카오톡이 안 된다"며 폰을 보여줬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계정이 '로그아웃'되어 있었다. 그러니 엄마가 카톡을 못 할 수밖에...
디지털튜터 자격증이 있는 나는 시골에만 내려가면 저녁에 TV 앞에 앉아 엄마에게 폰 사용법을 알려주곤 한다. 사진 찍어서 문자로 보내는 방법, 카톡으로 보내는 방법, 메시지 삭제하는 방법 등 기초적인 방법들을 알려주는데도 우리가 떠나고 난 뒤에는 또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사용법을 잊어버렸다고 한다.
사실 나도 오랫만에 폴더폰을 보면 이런저런 기능을 찾으려면 한참을 들여다봐야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 엄마가 잘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경험으로 봐서 폴더폰보다는 스마트폰이 사용이 더 편리한 건 사실이다. 아무리 기계를 잘 못 다루는 부모님이라 할지라도 한 번 사용해보면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스마트폰을 사들고 내려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다행히 이번 추석은 공휴일이 길어서 친정에서 며칠 더 머물 수 있기에 스마트폰 강의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폰으로 예쁜 손자, 손녀들 사진도 많이 찍고, 카톡으로 이모티콘도 보내면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싶다.
70세가 넘은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평생을 농사일만 하신 엄마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나이가 들었다고 배움의 열정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려고 하실 정도로 도전 정신이 있으신 분이라는 걸 말이다.
최근 시니어 온라인 강의가 유행인데,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 중에 60이 넘으신 분들도 많고, 70이 넘으신 분들도 몇 분 본 적이 있다. 그런 분들을 보면 배움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본 영상에서도 90이 넘은 나이에 독서를 시작해서 벌써 1만 권을 읽었다는 할머니를 봤다. 꼬부라진 허리지만 책상에 앉아서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나도 저 나이까지 독서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대단하다'라는 감탄사만 흘러나왔다.
최근 60대 이상 스마트폰 이용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어르신들이 디지털 세상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우리 엄마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추석이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스마트폰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만나실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와 더 자주 소통할 수 있기를.
무엇보다 엄마가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번 추석, 나는 스마트폰과 함께 엄마께 달려간다.
천천히, 하지만 확식하게 스마트폰을 마스터해주겠다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