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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운 Jul 20. 2024

나의 쓸모를 위해 SNS를 지웠다

별스타그램과 얼굴책의 삭제

얼마 전 체육대회를 통해 알게 된 동생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좋아했던 친구가 결국 나를 고로시하고 나는 그 모임에서 배제됐다는 얘길 들었다.

내 솔직한 성격이 모임에는 맞지 않았다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다. 뭐, 나이에 맞게 행동 못한 내 잘못도 있었을 것이다.


후회는 없었다. 항상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어린이가 아닌 이상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란 건 대학교 때부터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며칠 유지도 못할 모임이라는 것도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내 인스타그램을 한참 들여다봤다. 내 인스타그램을 볼 때 종종 행복한 기억이 있었지만, 남을 바라보는 시간이, 내 옛날 여친들이 결혼한 소식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소식이, 다른 친구들이 나보다 더 부족함 없이 산다는 소식이, 내가 들어갔던 모임이 나를 배제하고 다른 모임을 가졌다는 소식들이 매일같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열등감.


나는 열등감이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어렸을 때도 경쟁심이 별로 없었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였을까, 싸이월드가 나오고 미니홈피가 나왔을 때는 신세계였다. 친구들이 어디를 갔다 오고 어디 가서 무엇을 하는지, 스마트폰 급의 파급력은 아니었을지라도 매일같이 컴퓨터를 했던 나에게는 친구들의 소식이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쯤이었을까. 간혹 미술학원 같은 곳에서 나를 제외한 친구들이 어디 놀러 갔다거나 나를 빼고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는 사진을 봤을 때 내 마음속 한켠에 서운함이 자리를 잡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보통은 어느 모임을 가든 광대짓을 하거나 재미있는 얘기를 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내 외모가 출중한 외모는 아니었기에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중학교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집단'에 소속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의미가 큰 부분이었을 것이다.


군대를 다녀오고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 서게 될 때쯤 어찌 보면 난 아직도 내 자리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학교에 복학했을 때도 부트캠프에 들어갔을 때도, 지금처럼 구청에서 개최한 체육대회를 필두로 만들어진 모임에 참여했을 때도 난 아직 중학교 때의 마음가짐을 버리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전여친에게 환승이별을 당하고 계정을 삭제할까 심각하게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그때는 내가 잡고 있는 마음속 무언가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어딘가에서 빠진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내가 잡고 있는 그 쓸데없는 인연들을 놓는다는 것을 나이가 30이 되어서도 아직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생각을 새벽 내내 하다가 결국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올려놓은 이 모든 사진들은 내 핸드폰 앨범에 저장되어 있고, 인스타로 올라오는 정보들은 유튜브나 뉴스를 통해서 보면 될 일이었다. 내가 그림을 잘 그려서 매일 그림을 그리는 인스타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인스타를 이용해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도 아니었기 때문에 열등감의 끈을 잘라내 버리기로 하였다.


그 후 요즘엔 출퇴근할 때 유튜브를 보거나 가방에 책을 들고 다녀 책을 보기 시작했다. 종종 인스타그램의 누군가가 생각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놔주기로 했다. 내 마음 밑바닥에 있는 자의식과 열등감을 잘라내려고 했던 내 행동에 후회는 없었다.


아직까지 나는 SNS라는 열등감의 바다에서 헤어나오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최대한 책을 읽거나 브런치에서 다른 사람의 담백하게 쓴 글을 읽거나 하려고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내 습관이 그 짧은 찰나에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사진 몇 장에 내 마음이 모래처럼 부서지는 것을 막아내기 위한 방파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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