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8

D-48 2021.11.13.

by 유영

그놈의 깐부


오징어 게임이 유행하기 전부터 사무실에서 익히 들어왔던 말이다. 사내정치가 유난히 심한 이곳에서는 장난 반 진담 반으로 깐부인지 깐보인지 그 이야기를 주야장창 이야기한다. 깐부를 맺어야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보를 얻어야지 본인이 불합리할 일을 맞이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불합리한 일을 맞이할 때 깐부들이 나서서 욕해주니깐 이 회사에서 깐부는 꽤나 중요하다.


나는 바보같이 깐부가 없다. 그리고 아직까지 필요성을 모르겠다. 나에게 회사는 친구를 만들러 온 곳이 아니라, 일을 하러 온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내정치를 할 생각도 없고 편먹고 누군가를 골탕 먹일 생각도 없다. 회사가 끝나고 밤새 술을 먹으면서 누군가를 헐뜯으면서 자기가 대단한 사람인 마냥 떠드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본인보다 권력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아첨하는 것도 싫다. 그냥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회사는 그렇지 않다. 그 흙탕물 속에 없게 되면 오히려 당하게 된다. 문제를 일으키는 원흉이 되기도 하고 끝나지 않는 비공식 회식자리에서 단골 안줏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한 이야기는 또다시 나의 귀에 되돌아 들어온다. 내가 없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니 내가 어떻게 할 도리는 없고 무언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억울함은 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어 좋지 않은 감정들이 올라온다.


나는 이렇게 4년을 살아왔다. 그래서 퇴사를 앞두고 바랬던 일중에 더 이상은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일이었다. 하지만 발생하고 말았다. 세상 착한 천사를 울려버렸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그 직원이 왜 울었는지 이유를 못 찾겠다. 어디가 울음의 포인트였는지를 도저히 모르겠다. 하지만 해맑고 생각 없는 부장은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두들 한숨을 쉬며 천사에게 위로를 전하겠지. 그리고 편을 먹고 또 나를 왕따시키고 공격하겠지. 일명 회사 정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아 정말 싫다.


이 회사는 치사하게 회사 정보로 사람을 초라하게 만든다. 물론 회사 야사는 궁금하지도 않다. 하지만 내가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공지사항은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정당하게 해야 하는 이야기들도 야사를 이야기하면서 해버리니, 누가 적선하듯이 알려주지 않으면 나는 모르는 일이 되고 놓치고 마는 것들이 있다. 꽤 오래 시간동안 이렇게 살아왔는데 아직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오늘은 주말이다. 그럼 푹 쉬어야 한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 회로들은 멈추지를 않는다. 어떤 상황들이 벌어질지 알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 앞에서 대놓고 못된 짓을 하면 편먹고 그만 괴롭히라고 이야기할 텐데, 뒤에서 소리 소문없이 하니 알면서도 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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