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2 2021.11.19
너 잘하고 있어.
그 길이 맞아. 한 명도 그런 말 안 해주겠지만 잘하고 있는 거야.
너 진짜 잘하고 있어.
그러니깐 오늘 하루라도 걱정 말고 푹 자.
- 황석희 번역가 -
그렇게 붙고 싶었던 시험에 떨어진 날. 핸드폰이 울렸다. 같이 일하는 주무관님이 다급하게 시장상 수상을 포상 기록이 있냐고 물었고 포상한 적 없다고 이야기하자 알겠다며 끊었다. 그 뒤로 나는 시장상 후보자가 되었다. 그리고 일종의 셀프 추천인 공적조서를 작성했다. 물론 자기 자랑 하는 게 부끄러운 나는 간략하게 썼다가 처장님께 처절하게 빨간펜을 당했고, 3장이 넘는 방대한 자기자랑을 하게 되었다.
이번 해는 포상을 두 번이나 하게 되었다. 상반기에는 사장상을 수상하였고, 이번에 좋은 결과가 있다면 시장상을 수상하게 된다. 상반기 수상할 때는 유재석의 수상 소감 때문에 소리 내어 울었다. 예년과 다르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 수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안다. 이 회사에서 사장상 포상은 나눠 갖기나 마찬가지여서 나름의 순서가 있다. 그런데 우리 센터에 그 순서를 채울 사람이 없었고, 비정규직 중 가장 오래도록 근무한 내가 받게 되었다. 그러기에 “저는 희극인입니다.”라고 소감을 전한 유재석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최선을 다했지만 너의 자리가 아니라는 사람들의 반응, 그런데 이걸 다시 또 한 번 해야 한다니 마음이 무겁다. 뒤에서 어떤 말로 수군거릴 줄 아니마 마음이 더 복잡하다.
게다가 나의 시상은 예외적인 사항이다. 원래는 시장상의 수상 개수가 정해져 있었고 우리 센터의 행사로 시장상의 TO를 가져온 것이다. 그래서 공정하게 센터에서 투표를 통해서 시장상을 수상하자고 결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공정한 방법은 일명 인기투표로 진행하게 되었다. 별 관심 없는 나와는 다르게 상을 받고 싶어 하는 거북이를 비롯한 몇 사람들을 실망하기도 하며 회사생활의 회의를 느꼈다. 그렇게 그냥 지나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내가 시청 직원의 추천으로 다른 루트로 시장상 포상 후보에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편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역시나 어느 누구 하나 축하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상반기에 예방접종 한 번 맞았다고, 이번에 만약 수상하게 된다면 나 스스로 온전히 축하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인터넷에서 우연하게 본 황석희 번역가의 동영상이 나를 울린다. 황 번역가는 라면 먹어가며 코피 쏟아가며 이 길이 맞나 수없이 고민하며 블로그에 글을 써 내려간 자신을 ‘짠하다.’라고 표현한다. 그 뒤로도 그 생활은 못 벗어나고 그래서 이 길이 맞자 자괴감 느껴지는 과거의 본인에게 그 길이 맞는다며 오늘만큼은 푹 자라는 황 번역가. 그래 나도 나에게 소리 지른 직원에게 다시 빌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같이 사내 정치를 해야 하나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고민했던 나에게도 동일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때로는 휘어져야 했나 고민했지만 오히려 부려진 게 맞는 거야. 어떤 방법으로든 인정받게 될 거야.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