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4 2021.11.27
결국 남는 건 사람
저번 달 어는 토요일, 불 꺼진 사무실에 앉아 멍하니 전표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예전 회사 친구로부터의 갑작스러운 연락. 이렇게 갑자기 연락이 오면 너무 무섭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갑작스러운 연락은 대부분 안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그날은 아니었다. 친구의 결혼 소식. 너무 반가워서 사무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만난 동갑 친구였다. 아직도 존댓말을 쓰는 어색한 사이이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고 얼굴을 보는 고마운 사이이기도 한데 오랜만에 좋은 소식에 연신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친구와 전화를 끊고 난 뒤, 또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역시나 인턴 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 우리 둘은 이내 호들갑을 떨며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야기했다. 조금 먼 대구에서의 결혼식이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컨디션이 좋으면 갈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러면서 전하는 둘째 임신 소식. 오늘은 반가운 소식들만 들려온다. 친구에게 온 마음을 다해서 축하했다.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를 흔쾌히 축하해 준 것 같다. 그것도 온전하게. 이 회사에서 배운 것 중에 하나는 온전히 누군가를 축하해 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언제나 경쟁 상대임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면서 만난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다양한 기관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도 그렇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기에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너무 기분이 좋다.
그렇게 그 기분 좋은 마음으로 먼 길을 달려 축하하러 간다. 결국 같이 가기로 한 친구는 입덧이 심해서 못 가고 혼자 오롯이 축하해 주고 왔다. 조금 먼 길이었지만 기꺼이, 가뿐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물론 먼저 결혼한 친구는 경주에서, 이번에는 대구에서 결혼식을 했기에 내 결혼식은 더 멀리할 테니 어떻게든 와야 한다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지만…. 그 말에도 당연하다는 말과 가정으로의 탈출이 필요하니 제발이라는 답변을 웃으면서 했다.
그래,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다. 지금 이 회사는 그게 아니라 경쟁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절대 아니다. 몇 줄로 표현되는 경력과 절대 비교 불가한 소중한 것. 그래서 오늘 대구로의 여정은 충분히 신나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