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 2021.11.30
어쩌다 수상
결국 시장상을 수상했다. 엊그제까지 별다른 연락이 없어서 그냥 지나가나 싶었는데 연락이 늦게 도착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수상하게 되었다. 역시나 기쁜 마음보다는 쓸쓸한 마음이 크다. 게다가 비도 추적추적 내리니 더 을씨년스럽다. 상반기에 사장상 수상할 때도 그렇고 어김없이 비가 온다.
씁쓸하게 수상하러 가는 길, 친구가 보내 준 글을 보며 가는 길에 펑펑 울었다.
철아, 임철아 너 정말 고생 많았다. … 당장 네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그때의 미세한 움직임들이 쌓여서 이제야 파동을 일으키고 있어. 그러니 너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야.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타보지 못했던 파도이니까. 하지만 너는 꼭 내가 전에 즐기지 못했던 그 파도를 맘 편히 원 없이 즐겼으면 좋겠다. 그 파도가 잔잔해질지 더 커질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살아보니 억지로 파도를 이겨보려 발버둥 쳐봐도 결국 힘이 빠지고 질 수밖에 없더라고. 칠흑 같은 어둠 속, 그 파도 위에 너 혼자 있을 때 함께해 주지 못해 미안해. 그리고 다시 빛이 올 때까지 그 파도 위에서 혼자 두려움에 떨며 버텨준 너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하다. - 가수 딘딘 -
어쩌면 4년이라는 발버둥 친 시간 속에서 함께해 주지 못한 건 나 자신이었는지 모른다. 나를 끊임없이 미워하고 미워했던 순간들. 그런데 그 순간들이 쌓여서 어쩌다 인지 얼떨결에 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까지도 미워하는 내 사진이 문득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것이 딘딘이 이야기한 파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는 그 파도에서 멋있게 서핑하자는 생각을 했다. 사진도 많이 찍고 몇몇 사람들이 해주는 축하에 고맙다는 인사도 웃으면서 했다. 하지만 퇴근길에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 들어 결국 집에는 꽃다발도 상장도 안 들고 갔지만, 이렇게 천천히 서핑을 잘 즐기다 보면 이 부끄러운 마음들도 사라질 거라 믿는다. 지금은 서핑을 처음 배운 거나 마찬가지니깐 넘어지고 헤매는 것이 당연하지만 익숙해지면 사람들 앞에 멋지게 나타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