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

D-27 2021.12.4

by 유영

예의와 예민 사이


오늘은 토요일, 어김없이 사무실에 앉아 있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추가 근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추가 근무가 없으면 업무의 반도 처리하지 못하고 퇴사하게 된다. 그 지저분한 끝맺음이 싫어 나는 오늘도 사무실에 앉아 있다.


그리고 반대편에 팀장 T의 직원도 앉아있다. 휴일에 회사에 누군가와 같이 앉아있으면 쓸데없는 수다로 인하여 휴일근무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을 욕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다가 끝이 나는데, 때로는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이상하다.


오늘의 사무실 파트너는 팀장 T의 직원이다. 재작년에 인턴으로 우리 팀에 근무했던 직원이다. 그 직원이 이야기하는 주된 이야기는 우리 팀의 파견 직원의 싸가지이다. 일명 싹수없다는 이야기. 아직 대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어리디 어린 직원은 비즈니스 매너를 배웠을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그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가르쳐줘야 하는 부장은 그 역할을 하지 않고, 인턴처럼 사수가 없으니 인턴들과 비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파견 직원이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과 반존대를 쓰는 것, 본인 팀의 여자 부장님에게 버릇없이 카톡으로 업무에 대해서 물어봤다는 것 등등 다양한 싸기 없음을 쏟아내었다. 물론 어느 부분은 비즈니스 매너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일정 부분은 그렇게 지시한 부장의 몫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반대로 나이가 좀 많다는 이유로 경력이 조금 있다는 이유로 봐주면 되지 않냐라는 생각이 든다.


그 직원은 본인은 부모님이 엄격하셔서 가정교육을 그렇게 받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 예의적인 부분에 많이 예민하다고 이야기한다. 근데 사실 나랑 같은 부서에 있을 때 나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것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냥 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니, 세대가 바뀌었구나 생각하며 그러려니 했다. 나도 역시 그러했으니…. 사회 초년생이었던 시절 어리숙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몰라요를 외치는 나에게 많은 선배와 동료들은 배려해 주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아니 그 직원에게도 많은 배려를 해주려고 했다. 그러니 이제 그 동료의 차례였다. 하지만 그 동료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것 같다.


그 직원은 본인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파견직 직원이 예의가 없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익히 들어오는 표현 가운데 나는 얼마나 예민했나 생각해 본다. 많은 사건 사고 가운데 상대편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과도하게 예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근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이야기할지, 내로남불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예민한 게 아니라 그들이 예의가 없었어. 난 단순히 인사 문제가 아니라 성희롱을 당했고 문을 박차고 나갔으며 내 성과를 가지고 갔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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